아무것도 못하는 엄마가 철밥통까지 걷어차 버렸습니다.

퇴직 후 나는..

by 김파랑

정말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1. 아마 잘하는 것이라고는 조용히 앉아있기, 사색하기 정도랄까..

2. 행동도 느리고 말도 느린 사람, 그래서 집안 살림도 알뜰히 하지 못하는 사람

3. 생각은 많지만 표현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사회생활도 못하는 사람

4. 적당히 배웠지만 딱히 기본상식은 없는 사람, 그래서 내 머릿속 생각을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사람

5. 어릴 적 만들기를 좋아했지만 그냥 그때였을 뿐, 지금은 똥손소리 들으며 살아가는 사람

6.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지 못하는 사람, 아날로그적인 사람.. 그래서 SNS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

7. 그렇게 아무것도 잘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못한 채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사람



결국 나 자신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퇴직부터 했다.

그리고... 퇴직과 함께 과거의 나를 날려버리기로 했다.



1. 남들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열심히 청소를 했다. 살아온 습관이 있어 매일은 못하더라도 3일에 한 번은 말끔히 정돈하려 노력했다.

2. 말이 느리고 어눌하다는 혼자만의 자격지심 때문에 말하기를 꺼려했는데, 입을 닫기보다는 조리 있게 한마디라도 해보려고 노력했다. 말끝을 흐리지 않는 연습을 하려고 연습했다.

3.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람을 멀리했다. 퇴직 후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조금은 다가갈 심적여유도 함께 생겼다. 밀어내기보다는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 보려고 노력했다.

4. 기본상식이 너무나 없어 가끔은 무식한 소리를 우수갯소리처럼 했었다. 그렇게 괜스레 나를 낮추던 습관을 버리기 위해 독서를 틈틈이 했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거나 함부로 내뱉지 않았다. 아는척하지 않았다.

5. 만들기를 시작했다. 어쨌든 사부작사부작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나를 캐치하고는 조금씩 만들기 수업을 지켜보고 조금씩 따라 했다.

6. 어쨌든 SNS를 시작했다. 숨어있던 나를 드러내기로 다짐했다. 바보 같은 게시물이어도 일단은 시작했다.

7.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해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부터 돌보기로 했다. 운동을 시작했고 독서를 시작했고 진짜 내 꿈을 돌보기 시작했다. 성장하려 했다. 나와 내 아이를 위해서..



다시 말하지만 빠릿빠릿하지 못한 사람이라 하루에 아주 조금씩 기본적인 것만 하려 하는데도 육아하며 내 길을 찾는 것이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퇴직 후 지금까지 하루도 허투루 보내는 날이 없었지만 거북이가 땅 위를 걷듯 내가 지나 온 길의 성과는 정말로 다른 이들의 한 발자국에 불과하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 속도에 혼자 속상해하며 많은 글을 읽었다. 그리고 걸었고 생각하고 사색하고 또 생각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해결방법은 딱 하나예요. 걸으세요. 그냥 운동하세요."

돈의 속성의 저자 김승호 회장님의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정말 가장 명언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침에 걷다 보면 길이 보였다. 또다시 눈앞이 깜깜해지겠지만 걷고 있는 동안은 참 많은 생각과 해결법이 떠올랐다. 그날은 청소하면서도 아이를 데리러 나가면서도 샤워하면서도 티비를 보면서도 해결법을 생각했다.


퇴직 후 정신없이 앞만 보고 걸어오느라 내가 걸어온 여정을 담아내질 못했다.

열심히 짜왔지만 조금 엉켜버린 실타래를 정리를 하고 2024년을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솔하게... 나를 있는 그대로, 정리하며 나와 같은 이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금도 아마 그냥 흘려보낼 내 다짐을 글로 적어보니 조금이라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내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천천히...


글로 적다 보면 정리가 되고
글을 적기 위해 뒤죽박죽 한 일들을 정리하려 노력한다.
적기 위해 생각하고 적다 보면 정리되고
정리가 되면 답이 나온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에 끄적이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단 한 명이라도 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정돈된 글을 쓰려 노력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무것도 못하지만 그래도 시작이란 것을 했고 도전이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2023년 한 해는 꽉 채워지지 않았나 감히 평가해 본다.


10여 년의 나의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인생을 채웠던 2023년을 나는 이제야 마무리하고 2024년은 더욱 활기차게!

아무것도 못하는 엄마는 지우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엄마를 향해 발돋움하려 한다.


퇴직 후 나는 … 철밥통이 없는 나는.

나에게 직접 날개를 달아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엄마가 될 준비를 마쳤다.



...........


2024년도 도전하고 배우고 사색하고.. 그렇게 진짜로 꽉꽉 채워가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시 사람을 만나러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