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것은 아이로부터 시작되었다.

진짜 생생한 감정의 탄생.

by 김파랑

오늘 아침, 여느 때처럼 씩씩하게 등교하는

아이를 창문에서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이 평범하고 별거 아닌 장면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마음이 뭉클하고 너무나 감사하다.


무기력해지고 찌뿌둥한 아침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늘어지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침 일찍 공연을 한다며 일찍 일어나 밥도 반만 먹고 아이가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런 아이의 등굣길을 보고는 어느새 에너지가 생겼다. 집안 뒷정리를 하면서 미소가 지어지고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거면 되었다. 너무나 감사하다. 더 바라지 말자.'

왜냐하면... 내가 바란 전부는 이것이었고.. 이루어졌으니까..




몇 년 전 이 씩씩한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힘겹게 다녔다. 1년이 넘도록 등원거부를 했고 새로운 곳에 들어가는 것은 공포스러워했다.

매일 아침 전쟁통도 그런 전쟁통이 없었다.

회사까지 시간 맞춰 가야 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한 고통이 없었다. 지각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는지 내가 조급해할수록 아이는 더더욱 강력하게 울어댔다.

밤이 되면 매일 기도했었다.

‘아이가 씩씩하게 어린이집만 잘 다녀준다면 바랄 것이 없습니다. ’라고..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아침을 맞이해도 매일 아이의 울음과 등원거부에 무너지는 나였다.

매일매일을 경험해도 절대로 익숙해지지도 적응도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었다.

정말로 주 5일을 꼬박 그러하였다.

하루는 어르고 달래도 보고, 하루는 화도 내보고, 하루는 미리 준비한 대로 대비했지만 아이의 아침생떼 창의력은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나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내심이 바닥난 어느 날, 신발장에서 30분간 사투를 벌인 어느 날, 나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러 버렸었다. 바로 손을 댄 것...

그날로 나는 밑바닥까지 무너져 버렸다.

회사에 가는 동안에도, 일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로 하루를 보냈었다.


손찌검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그것도 문제지만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 순간 더욱 나에게 찰싹 달라붙었던 아이와 그 공포스러운 눈이었다.

버림받을까 두려움에 떠는 아이를 나는 보았었다.

그 눈을 나는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다.

그날로 나는 아이를 치료센터에 데리고 다녔고 나도 치료를 받았다. 선생님의 상담과 조언도 있었지만 우리 아이가 점점 좋아질 수 있었던 나의 변화가 가장 컸다.


일단 말도 안 되는 휴직을 강행했고, 아침에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의 옆에 있어 주었다. 물론 공부한 대로..

회사를 가지 않으니 화를 낼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내 마음에 생긴 여유가 아이를 품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품어주는 만큼 아이는 치유되어 갔다.

그때 이후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처럼 내 감정에 치우쳐 조급해하고 화를 내지 않는 연습을 했고 그러다 보니 정말로 조금은 침착해질 수 있었다.


아이가 웃으며 유치원을 등원하던 날,

나는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정확히 느꼈다. 뛰어 올라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며 절대로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다짐했다. 언제나 화가 올라오려고 하거나 아이에게 짜증을 내려고 할 때면 예전의 그날을 떠올린다.

이제는 많이 치유되었지만 가끔씩 아이가 말도 안 되게 혼자서 못한다며 두려움에 떨 때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나에게 트라우마처럼 조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모든 감정의 씨앗이 싹텄다는 증거..


나의 가장 큰 기쁨은 아이가 씩씩하게 등교하는 것이고, 웃으며 배움의 터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씩씩하게 독립적인 아이로 커가는 것... 그것이 전부이다.

나라는 사람의 감정은 모든 것이 아이로부터 시작되었다.

감정이 무뎠던 나에게 내 아이는 진짜 기쁨이 무엇인지, 진짜 고통이 무엇인지, 사람이 살아가는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아침에 덤덤히 학교에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없다.

독립적인 아이가 되어가는 그 모습을 볼 때면 아마도 나는 고통 속에서 진짜 행복을 찾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오늘도 뒤돌아 웃으며 힘찬 하루를 보낼 수 있게 건강하게 자라는 내 아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평범한 하루에도 나에게 기쁨과 진짜 감사함을 알게 해 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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