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전하는 일상 속 긍정마인드 심기
‘제가 발소리에 굉장히 예민해서요. 저녁에 발소리가 들리던데, 조심해 주셨으면 해요~!’
아랫집이 이사를 들어오던 그날 당일에 쪽지를 붙여놓았다.
요지는 이삿짐을 풀며 보니 발소리가 들렸다는 것.
심상치 않았다.
어쩌면 이 아니라 예민함으로 상위 1%인 사람을 아랫집으로 잘못 만난 것이 확실했다. 아무리 소리에 예민해도 일주일, 적어도 하루 이틀은 지켜보지 않던가?
안 그래도 아랫집에 이사를 들어오면 더욱 조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삿짐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조심해야겠다 생각했고 더불어 아직 어린아이들이기에 미리 먹을 것이라도 가져가서 인사라도 할 참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아랫집..
그럼에도 우리는 알겠다고, 피해 주지 않겠다며 핸드폰 번호까지 주었다. 초인종 누르지 말고 문자를 달라며 말이다. 신사같이 굴면 조금 더 신사같이 나올 것이라 착각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매일매일 문자를 받아야만 했다. 밤 12시,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티브이를 시청할 때도 쿵쿵 소리의 원인을 찾는다며 연락해 댔다.
그렇게 사회 문제라던 층간소음 문제에 나도 합류하며 괴롭게 2년을 살아갔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다 했다. 심지어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거의 걷지도 못하게 했다. 아이 친구들은 한번 놀러 왔다 바로 쫓아오는 것을 보고 다시는 놀러 오지 못하였다. 음식도 제대로 못하고 걸음걸이조차 이상해져 가는 상황이었다.
소리에 둔감했던 나조차 우리 아이 발소리에 예민함이 증폭할 때쯤 아랫집은 계속해서 장문의 편지를 부쳐 놓곤 했다.
결국 우리는 여러 가지 사정과 삶의 질을 고려하여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은 문제들이 가득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첫째 아이가 우리 집을 매우 좋아하였다는 것이다. 처음 우리 집이라며 이쁘게 꾸미고 살았고 열심히 청소했고 좋은 일도 많았던 이 집에 정이 많이 붙어 이사를 나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루틴이 잡혀 있었으니 어린아이 입장에서 그럴 수 있었다.
원래 어른들 이야기에 관심 없던 아이가 부동산 이야기나 집 이야기만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고는 참견하고 되물었다.
사실 이사 가려고 아랫집이 없는 집으로 몇 군데 돌아보니 현재 우리 집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의 집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분양받은 집이었고 너무나 행복했고 열심히 가꾼 집이라 이 집이 최고라고 여기며 살았건만 잠시 눈을 돌려보니 더 좋은 조건의 좋은 집은 넘쳐났다.
남편과 나는 빨리 집이 팔리기만을 고대했다. 그리고 얼른 집 내놓자며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던 우리 첫째 아이는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왜 하필 아랫집에 저런 사람이 왔어~!! 운이 없나? 아휴...."
나는 가슴이 뜨끔하며 아이의 말에 놀랐다. 왜냐하면 '운이 없다. 재수가 없다.'라는 말을 이해하고 있었고 어른들을 통해 배운 것을 이렇게 상황에 맞게 내뱉는 것에 더욱 놀랐다.
나는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엄마의 사고방식이 아이의 사고방식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부정적인 말들을 삼가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니야~ 아랫집에 저 사람이 들어와서 우린 더 좋은 집으로 갈 수도 있는 거야~! 아마 좋은 사람이 들어왔다면 우리는 이렇게 우리 집보다 훨씬 더 좋은 집이 많다는 것도 모른 채 이 집만 최고라며 살아갔을 걸??"
"그런가... 흠..."
"맞아 ~! 확실해. 엄마도 이번에 깨달았어. 우리 집보다 훨씬 더 잘 지어지고 너희들이 실컷 뛰어놀 수도 있는 정말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집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게 해 줘서 아랫집 사람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게다가 우리가 본 집은 정말 최고의 집이야~!"
아이는 이내 수긍하고 그래~! 라며 다시 가뿐한 마음으로 나갔다. 아래층이 없는 집에서 얼마든지 본인이 좋아하는 운동도 실컷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서 이 집이 빨리 팔리기를...!!! 그리고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자~! "라는 말을 되뇌며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가끔은 아이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특히나 어른들의 한숨소리, 쯧쯧소리처럼 걱정하는 소리에 아이들은 더욱 귀를 쫑긋 거 린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어른이 된 나는 안다.
어떤 안 좋은 일에는 항상 좋은 일이 뒤따르는 법을~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나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임을 안다.
재수가 없던 어느 날에도 나는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좋은 것을 찾아낸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긍정의 생각을 키우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재수 없는 일도 운 좋은 일도 가득하다. 하지만 운 좋은 일도 운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나쁜 일도 운 좋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개개인의 한 끗 생각 차이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공평하지 않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어찌 보면 최악의 이웃을 만나 도망치듯 이사까지 가야 할 상황이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알지 못한 최고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최악을 만나 최고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자.
나는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의무처럼 아이에게 긍정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그리하여 삶에 어떤 고난도 긍정마인드로 이겨낼 힘을 장착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