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우리 첫째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고, 어린 집을 옮기면서 시작된 불안증과 함께 약 2년간의 등원거부를
했던 아이였다.
아침마다 전쟁이었고 그때의 꼬박 2년이란 세월을 어찌 견뎠나 싶을 정도로 딸에게도 나에게도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 시절엔 추억으로 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처음 등원거부가 시작되고는 6개월 정도를 버텨보다 원래의 환경으로 되돌리면 나아질까 싶어 어린이집을 되돌리기도 했었다.
그곳에서는 안정적인 원생활은 가능하였지만 등원 시 불안증은 여전했었다.
“엄마! 3시 반~! 3시 반까지 와야 해. 3시 반—~!! “
놀이치료를 병행하던 중,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한다 하여 엄마가 회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아이의 시간강박증이랄까..
시계를 보지도 못했던 아이가 3시 30분의 시곗바늘 위치를 외우고 그 시간에 집착해 버렸다.
어쩌다 즐겁게 보내다가도 누군가 먼저 나가기라도 할 때면 그때부터 눈물을 흘리며 기다렸다고 한다.
나조차 30분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며 3시가 다가올 때쯤부터 불안과 긴장감에 시달이던 나날들이었다.
“너 어릴 때 어린이집 갈 때마다 울었던 거 기억나??”
학교를 들어갈 때쯤 아이가 많이 단단해졌음을 느끼고 꽁꽁 숨겨두었던 과거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아이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응….”
이라고 대답했고 우리들은 그때부터 아이가 울었던 그 기나긴 시간을 꺼내놓고 가끔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때부터 아이는 가끔 자기의 행동에 대해 생각을 하곤 했었는지 어느 날 나에게 질문했다.
" 엄마~! 그럼 나는 좀 이상한 아이였던 거야? 마음이 아파서 그래서 마음병원에 다닌 거야?"
... 사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마음이 어지럽고 원인이 어쨌든 결국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여 놀이치료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울었던 기억이 자신이 비정상적인 아이였다고 기억하게 두고 싶진 않았다.
" 네가 울었던 건 누구나 다 그런 거야~ 엄마가 많은 아이들을 보니 다들 한 번쯤은 그런 때가 있더라고..
다만, 아기 때 그러는 아이가 있고 조금 더 커서 그러는 아이가 있고 시기가 다를 뿐이야 ~ "
"그런데 왜 나만 병원에 다녔어? 아무도 안 다니던데?"
"그건, 엄마가 네 마음에 슬픔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슬픔은 누구나 다 겪는 일이지만 엄마가 그저..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사람은 누구다 다 그럴 수 있었고 누구나 다 그래.. "
인생을 살면서 사람은 행복할 수만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은 모르게 하고 싶기도 한 마음이 반반이었다.
그냥 어린 나이에 인간의 슬픔, 불안, 걱정, 좌절이란 마음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는 사실 너무 일찍 그런 감정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직은 너무 어리기만 했던 내 아이는 그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울음으로 표현했고 나는 그 마음을 서둘러 없애려고 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치료를 받게 했었던 사실이 자신이 다른 아이보다 더 불안하고 씩씩하지 않은 아이로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할까 두려웠다.
생각이 참 많은 엄마를 둔 아이...
이 아이는 엄마를 참 많이 닮아 아직 어린 나이에도 많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며 문득문득 철학적인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부모님의 대답이 얼마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너무나 잘 안다. 아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한 아이가 커나가는데 그런 궁금증은 모두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아이답지 않은 질문을 툭툭 내뱉을 때 그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나는 바로바로 긍정의 힘을 심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아이를 아프게 한 경험이 나를 반성하게 했고 나를 달라지게 했고 나를 공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도 엄마에게 진솔한 대답을 들어가며 점점 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도 주었다고 생각한다.
.......................
"왜 너만 그러니~!
다른 애들 봐봐! 너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해!
네가 이상하지~다른 애들 봐라 누가 그러나?
너 바보야? 울보야? 왜 그래??
너 때문에 엄마가 정말 힘들어..."
가끔 정신을 가다듬지 않으면 툭툭 대답할 수 있는 말들이다. 나는 이 말들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고 또는 자신을 정말 그런 아이로 취급해 버리며 끝도 없이 부정적인 아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었고 그런 말들과 그런 태도가 정말로 아이의 마음을 병들게 만들었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한순간이고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병을 치유하는 데는 열 배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마치 한 순간의 실수로 부딪혀 생긴 살갗의 생채기가 치료되는 데는 한 달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매일매일
나는 울고불고 매달리고 악을 쓰는 아이들을 본다. 그리고 그 마음엔 분명히 먼지 모를 생채기가 있음을 감히 가늠해 본다. 엄마라는 삶이 정말로 힘들고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마음 하나까지 다 들여다볼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것이 엄마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 혼자 감당해 내지 못할 때 아이는 울음으로 그것을 표현해 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더 깊어지기 전에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치유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소하게 내뱉는 질문에 정말 진심을 담아, 생각을 담아 대답하도록 매일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안 그래도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부딪힐 수많은 상처를 극복할 단단한 마음의 힘이 길러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