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괴롭혔던 친구 덕분에 좋은 친구를 알게 되었어.

이 또한 너를 위한 좋은 경험

by 김파랑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학창 시절 다른 아이들처럼 친구를 참 좋아하고 많이 놀았고 아주 평범하게 교우관계를 맺은 아이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연락을 유지하는 친구들이 점점 사라졌다. 친구와 함께면 좋았던 시절도 있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친구로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친구라는 존재가, 특히 나와 맞지 않는 친구와 어우러져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안다.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들의 섬세함이 가끔은 우둔한 내가 어우러지기에 힘들기도 했다. 그 힘듦이 크게 다가오는 어른이 되면서부터 친구관계를 잘 맺지 않았던 것 같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나를 힘들게 한 기억이 더 크게 자리 잡았던 걸까?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친구이야기에 귀를 더 쫑끗 세운다.




우리 아이는 3살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 의지하며 유치원을 다녔다.

다행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낯선 유치원을 들어가야 했던 7살, 아이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친구와 붙어 다녔고 아이의 단짝이 되었던 그 친구도 점점 나의 아이에게 집착하기 시작했었다.

1년 만에 본 지라 처음에는 둘이 너무나 행복했고 너무나 친했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다툼이 잦아졌고 아이는 왠지 모를 고민이 있는 아이처럼 변해갔다.


오랜 기간 아이들은 다 그러면서 큰다는 생각으로 굳이 꼬치꼬치 묻지 않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살짝 에둘러서 그 친구와의 관계를 물어본 날부터 아이는 유치원에서 그 친구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시작의 발단은 친구가 3명이 된 것부터였다. 원래 여자아이들은 홀수, 그중에서도 3명은 놀면 안 된다는 국룰 같은 것이 존재한다. 반드시 한 명이 소외되고 반드시 감정 상할 일이 생긴다.

나는 사실 알면서도 모른 척, 어린아이들에게 그런 것이 어디 있냐며 자연스럽게 노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은 남자 성향이던 우리 아이도 결국 3명의 친구사이에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가장 친했고 함께하면 너무 좋았던 그 친구가 우리 아이에게 엄청난 집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와 노는 것이 너무 싫었고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랐던 역시 어린아이였던 그 아이는 잘못된 방법으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와 놀면 엄청난 성질을 부리기도 하고 그 화를 못 이겨 우리 아이를 왕따 시켜 버리기도 했던 것이다.


아이의 말은 사실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 그 가능성을 염려해 두고 오랫동안 상황 설명을 듣곤 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일부로 그런 것은 아니라며 조금은 우리 아이가 참아주기를 부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심해져 갔다.

우리 아이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매사에 재미있던 아이가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가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남자아이들과 놀 것을 조언해 보기도 했었다.


"야, 너는 왜 나하고 놀지도 않고 다른 친구랑만 노냐?"

이 말을 듣기 싫어 그 마저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답답했다. 이 상황을 극복할 여러 방법을 알려주어 봤지만 결국 해답은 어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그 아이와 떨어지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감정에 앞서서 그런 애랑 놀지 마~!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이런 경험을 통해서 해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직 너무 어린아이에게 이런 상황을 의연하게 버텨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는 안다. 그래서 결국은 조용히 멀어지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 우리 아이는 여전히 그 아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책을 읽다가도, 학교에서 이런저런 규칙을 배우면서도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는 예전 그 친구였다며 항상 부정적인 상황에서 그 친구를 떠올린다.

심지어 그 아이와 비슷한 행동을 조금이라도 한다 치면 아예 멀리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들이 그렇게 나쁠 수는 없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고 도망치려는 아이를 다잡고 싶었다.

내가 인간관계를 힘들어했던 것은 아무도 나에게 사람사이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나는 그저 견디다가 도망치기만을 했다. 멀리하기만을 했다.


우리 아이가 아직은 그런 판단과 그런 행동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은 밝고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 엄마~! 친구한테 막 머라고 하고 잔소리하는 거 좀 아니지 않아??? 아무래도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ㅇㅇㅇ도 말이야."


" 엄마 생각엔 아직 본지 너무 조금밖에 안 됐는데!~ 친해져 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놀 거야? 그럼 안되는데... 사람은 친해져 봐야 아는 거야~ 너도 경험했잖아. 예전 그 친구랑만 논다고 하다가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니 네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잖아.."


나도 사람인지라 '걔랑 놀지 말아~!'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집어삼키며 교과서 같은 말을 하려니 말도 버버벅 거리긴 했다. 나란 사람도 사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멀리하고 도망갔으면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싶다가도 나는 가면을 써야만 했다. 우리 아이가 한 시절의 경험으로 편향된 생각이 자리 잡히기 전에 말이다.


그렇게 친구와 친해진다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진채 시간은 흘러갔다.



예전 그 친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가 이토록 어려운 걸까... 그렇게 나는 나대로 에둘러 말해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학교생활에 적응해 갈 때쯤, 서먹서먹하던 친구와 어떤 계기로 매우 친해지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내가 보아도 내 아이와 성격이 아주 비슷했고 둘 다 모난 구석이 없고 어린아이들이 배려해 가며 트러블 없이 잘 지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아이들도 다툴 수 있음을 염려하며 자연스럽게 놀게 내버려두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로 찰떡같은 친구임에 틀림이 없었다.


"오늘도 한 번도 안 싸우고 놀았어?"

"웅~! 나랑 완전 딱 딱 맞아!! 그리고 생각이 다르면 아예 그걸 안 해.~"


문제해결 방식도 우리 아이와 비슷했다. 정말로 궁합이라는 것이 있구나를 알았다. 그리고 나는 나처럼 고립되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에게 '두루두루'라는 것을 강요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 나름 아이를 키우며 인생을 한 바퀴 더 바라보며 인간의 철학을 자연스레 공부하는 중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해쳐가는 아이에게 아마 표지판 같은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엄마인 나도 항상 공부해야만 했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그리고 아이를 위한 확실한 표지판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또 다시 예전 유치원 친구 이야기가 나올 때 나는 이야기했다.

"네가 이 친구가 이만큼 너에게 좋은 친구이고 마음이 딱 맞는다는 것을 아는 것도 아마 예전 너와 안 맞는 친구를 만나봤기 때문일 거야.. 그렇지? 아마 좋은 친구들만 만나고 지냈다면 이만큼 잘 맞는 친구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아."


아이는 긍정했다.

"맞아 맞아!! 나도 진짜 그런 거 같아.!"




이 세상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많고 나와 맞는 사람도 많다.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도 나에겐 별로일 수 있고 나에게 나쁜 사람도 누구가에겐 좋은 사람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처럼 중요한,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사이에 나와 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힘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편력이 될 수도 있지만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고통스러운 1년의 경험으로 강력한 무기를 하나 얻었다고 생각한다.


네가 그 친구가 그토록 소중하다는 걸 스스로 아는 것은
힘들었던 친구와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야..

네가 좋아하고 너에게 맞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은 굉장한 거지..

나의 소중한 딸아,

언제나 힘든 시간들이 존재할 때마다 기억하길 바란다. 너를 괴롭히는 나쁜 기억이 어찌 보면 너를 강하게 만들어 줄 무기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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