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해야 하는 이유
우리 아이는 어릴 적 청소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혼자 독박육아 한다는 이유로 나는 청소를 잘하지 못했다.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깔끔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래도 정리정돈을 한다 하던데 우리 아이는 청소를 잘 배우지 못한 듯하다. 사실 둘째 아이는 정리를 꾀나 하는 것을 보면 청소조차도 그냥 타고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 첫째 아이는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많은 물건을 정리도 하지 못한다.
주말에 하루씩 날을 잡아 청소라도 할라치면 모든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말린다.
"이거 벌써 안 찾은 지 1년도 넘었어. 이젠 버려도 돼"
"아니야 엄마~! 이건 정말 소중한 거야. 아직 안돼~!"
소중한 것이 어찌나 많은지 자기가 유치원에서부터 만들어온 모든 것이 다 소중하다고 한다. 그리고 소중한 것이니 버릴 수가 없다. 버릴 수가 없으니 도저히 정리를 할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아이 몰래 한 번에 쳐다보지도 않는 것들은 싹싹 정리하곤 했다. 봉지에 담긴 걸 보이지만 않으면 버려도 모를 정도로 사실 관심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 버리는 것을 가르쳐야만 했다.
청소하는 장소에서 청소에 대해 가르치진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샵에서 인형을 고를 때 저 인형을 놀 곳도 없다는 생각에 번뜩였다.
"얘들아. 새로운 인형 사고 싶지?? 그런데 얘네들은 놀 곳도 없어 이젠~ 자리가 있어야 해 ~! 우리 저번에 이것저것 다 버리자 ~!"
"싫어 싫어~~~ 그냥 딱 한 개만 살게 ~응?"
너무나 갖고 싶었던 인형인지라 사긴 사야겠고 집에 있는 물건을 버리고 사는 것이 조건이다 보니 굉장히 망설이는 중이었다. 한 번쯤은 무작정 사달라 생떼도 부려볼 참이었다.
나는 첫째 아이에게 정말 진심을 담아 눈을 보고 설명했다.
"언제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어. 버릴 줄 알아야 하고 버려야만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이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지금 바로 이 인형 자리를 만들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아이는 조금 오랜 고민을 하더니 알겠다고 끄덕였다. 그렇게 또 하나를 깨달아갔다.
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추억이 묻어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곤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러는 것을 어린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만들어온 것들이 얼마나 소중할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소중한 것들은 계속 채워나갈 것이고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싸안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소중한 추억이 아니라 내 삶을 방해하는 짐덩이가 되고 말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그 심오한 철학까지 가르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지내는 공간에 있어 정리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확실히 알아야만 했다.
그냥 지저분하니까 청소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그 당연히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알려준다면 아이들은 잔소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해나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매일매일 부딪혀야만 하는 일상 속 행동들은 매번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해~!라고 다그치는 것은 아이의 반감만 더 살뿐이다.
청소하고 정리하는 삶이 인생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청소하지 않던 시절과 열심히 청소하고 살아가려 노력하는 지금의 삶이 정말 크게 바뀌었다. 꼭 금전적으로 부자가 아니더라도 삶을 여유롭고 풍요로운 마음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필수적인 것을 아이 마음에서 스스로 우러나게 하는 말 한마디가 이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전달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우리가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잘! 살기 위해서니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삶의 지혜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반복되는 일들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버리고 청소하며 정돈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버려진 자리가 있어야 우리 삶에 소중한 것들이 깃들 여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추억은 가슴에 묻고,, 삶의 소중한 것들은 계속해서 만들어가자. 그리고 비워진 공간을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우리는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