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번 성공했던 기억하나로 밀고 나가기

지옥을 만들었던 성공기억이 이제는

by 김파랑

결국은... 나는 여기까지 인가 봐...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힘차게 매진하고 매진하고 매진하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은 내 모습을 볼 때면 그때 우리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온 마음을 지배한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언제나 어떤 일이든 그랬다 나는,

되고 싶은 나는 한참 위에 있는데 현실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 참 힘들었다. 나름 노력한다고 착각하며 노력해 놓고는 더 늦기 전에, 더 시간을 버리기 전에 어서어서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마 그렇게 그만둔 것들이 수십 가지, 수백 가지이려나??


이번에도 그랬다.

나이 먹고 지친 몸을 이끌고 창업이란 것을 하고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이따금씩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참 웃기게도,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공직을 들어간 그 기억, 시험을 통과했던 그 경험이 포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나에게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2000년 초반,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그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을 때였다.

대학도서관, 국립도서관, 독서실, 학원가는 모두 공무원 준비를 하는 학생들로 붐비던 그 시절에 나는 공직에 들어가겠다며 가장 레드오션인 곳을 찾아 들어갔다.

그때도 아마 내가 전공하던 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지레 겁을 먹고 다른 직업을 갖겠노라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100대 1이 경쟁이라고 하지만 허수일뿐 진짜 경쟁률은 20대 1이라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바보같이 무섭게 공부했다.

딱 반년동안은...

6개월간 공부하면서 나는 왠지 바로 붙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처럼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누가 붙겠냐며 의기양양하게 시험을 치렀다.


시험결과는 처참했다. 커트라인에 달랑거리는 것도 아니고 커트라인은 내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나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과 똑같은 수준이었다.

6개월간 버린 내 시간이 너무 무서웠다.

파릇한 청춘의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는데 내가 이 공부를 계속해도 되는지 처음으로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무지했던 나는 그냥 그대로 습관처럼 공부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다 되어갈 때쯤엔... 정말로 포기하고 싶었다.

아마 그 시점에는 버려진 시간과 비용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도 그 매몰비용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그 생각이 나를 3년이란 수험생활로 이끌었고 3년이 꽉 채워갈 때쯤 포기 직전에 합격했다.


공부하는 시간이 나를 괴롭힌 것은 아니었다.

그때도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내가 할 일이 이게 맞나?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하나?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라는 불안한 생각과 불확실한 미래가 나를 그토록 괴롭혔었다.

하지만 결국, 끝내는 합격 했다.

합격이라는 사실이 오랫동안은 기쁘게 하지도 않았고 내 인생에 어떤 의미도 주지는 못했었다. 왜냐하면 나의 청춘은 반절 너덜너덜해졌고, 그렇게 들어간 직장이 정말로 실망스러워 합격이라는 영광이 내 인생을 되려 망쳤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합격이라는 성공기억이 이제는..

지금껏 똑같은 상황에서 내 행동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그만둘까?라는 불안감이 나를 감싸 돌 때면 언제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도, 무슨 일을 하던..

포기하기 앞서 똑같은 생각 앞에서 고민한다.

노력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제삼자가 보기엔 무슨 노력을 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노력이라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노력했다는 생각에 빠져들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력해진다.

그렇기에 내가 나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것이 필요했고 것은 시간이었다.


3년, 정말로 3년은 채워보고 관둬야 하지 않은가??

1년 만에 합격한다는 공무원시험도 나는 3년을 채워 공부했고 이뤘었다. 그렇기에 나의 기준은 3년이 되었고 그 안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언제나 3년을 버티고 성공했던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하루하루 힘든 날,

아직 반에 반도 안 했어!라는 말과 함께 힘을 다시 내보고 포기라는 단어는 잠시 저 멀리 던져버린다.

내 나이 아직 창창하다면 창창한 중년의 초반길에 3년은 몰두해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위안과 함께...

누군가는 말했다.

장시간의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발만 보고 뛰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아직은 발만 보고 뛰어야 할 때이다.


오랫동안 내 인생을 괴롭게 만들었던 성공이지만 그 성공기억 하나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아직 버텨볼 힘을 가져본다.

딱 한번 성공했던 기억, 그 결과가 어찌 되었던 도전하고 노력해서 얻어 낸 성공기억 하나면 어쩌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인가 보다.

오늘 밤도 이렇게 구석 어딘가에 처박아 두었던 성공기억 하나를 끄집어 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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