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아버지가 '손주며느리 삼고 싶어'라고 외치셨다

by 천만노인의 손녀

매주 수업을 나가다 보니 매주 어르신들을 뵙곤 하는데

주가 지날 때마다 어르신들은 나를 더 친밀하게 느끼시고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게 너무 즐겁고 노인체육 수업도 더 텐션 높게 잘 된다


어느 날은 노인체육 수업이 다 끝나고 어떤 할아버님이 크게 외치셨다

"손주 며느리 삼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물론이고 복지사분들도 다 웃음바다가 되었다

할아버님이 나에게 따로 오셔서 조용히 얘기하신 것도 아니고

완전 큰소리로 나를 손주 며느리 삼고 싶다며

내가 너무 이쁘다고 칭찬해 주셨다


심지어 본인 손주가 28살이라며 정말 중매라도 서 주실 기세였다


센터에 나가서 수업을 하다 보면 어르신들의 애정 표현 방식은 정말 기가 막히다

어르신들은 돌려 말하거나 꾸며말하시는 경우가 많이 없고

웬만하면 다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

그게 칭찬이든 비판이든 그냥 본인의 감정이나 상태든.


솔직히 센터에 출강하는 선생님들에게 비판을 하는 경우는 잘 없고

친해지면 듣기 기분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시는데

저 손주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은 정말 극도의 애정 표현으로 느껴져서 너무 웃기기도 하고

그만큼 많이 친해진 거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본인과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말은 정말 극도의 애정 아닐까?

손주분이 누구신지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그분이 결혼하시기 전까지는 내가 그 할아버님의 잠정적 손주며느리가 될 듯하다

어리둥절할 손주분께는 죄송하다는 인사를,,ㅎㅎ(그리고 사실 저도 애인이 있답니다 결혼은 아직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




노인체육을 꺼리는 많은 사람들이 '노인을 대하기가 어려워서'를 원인으로 꼽곤 한다

노인을 상대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만큼 노력하고, 노력이 빛을 바란다면 그 기쁨은 쉽게 얻은 것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고 굉장히 뿌듯해진다

나에게 손주며느리를 제안(?)하신 할아버님은 내가 처음 센터에 갔을 때 관심은커녕 운동에도 딱히 흥미를 가지지 않으셨던 분이다

그랬던 할아버님이 이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신다

매 순간 엄청난 기합 소리로 나를 놀라게 하시기도 한다


내 수업이 한 노인을 운동하게 만들었다는 것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것은 노인체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최고의 성취이다

그래서 노인체육을 희망하지만 노인을 상대하는 게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어려울수록 얻어가는 게 많고 그렇게 얻은 노하우는 절대 잊히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노인체육의 길로 들어오길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체육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누가 먼저 준비하느냐의 차이다


- 조언도, 조언을 바라는 것도 언제나 환영인 초보 노인단체운동강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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