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나는 논술 선생님이다. 나이와 함께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이것도 가르치고 저것도 가르쳐서, 이렇게도 불리고 저렇게도 불린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논술 선생님이다. 아마도 논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논술 주제는 시사다. 신문에서 보이는 이야기, 뉴스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교과서와 연결시켜 질문과 대답 사이사이 생각 그리고 생각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내가 하는 수업의 주된 목표다.
시사논술은 주로 정치와 경제, 사회를 다룬다. 초등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가르기와 모으기처럼 정치와 경제의 영역을 정확히 나누기는 어렵다. 어느새 오전을 지나 오후가 되는 것처럼 싹둑 잘라, 정치 따로 경제 따로, 사회 따로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
선하고 자유로운 인간에게 억압이 아닌 자율에 의한 교육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기를 유도하는 루소의 교육관을 가장 잘 흉내낼 수 있는 과목이 논술이다.
문제를 제기하되, 답을 가르쳐주는 것은 논술 선생님의 역할이 아니다. 주제를 알려주지만, 모르는 낱말의 뜻을 설명해주지만, 전혀 다른 길로 가지 않기 위한 방향만 잡아줄 뿐, 옳고 그름에 대한 모범 답안 따위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논술 선생님의 역할이다.
입시 논술은 논외로 하겠다. 글쓰기도 예외다.
다시 내가 하는 논술로 돌아와,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5월의, 6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5월의 논술 주제는 어쩔 수 없이 정치다. 정치 양극화, 관련이 깊은 경제 양극화, 보수와 진보 등의 개념과 주제를 학년에 맞게 공부하고 있는 5월이다.
뉴스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만 정치와 관련된 뉴스에 눈과 귀가 반응한다. 보이고 들리는 뉴스에 고령의 소설가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말에 가슴이 뛰고 어느 역사학자의 지지 선언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어느 때보다 정치의 중요성을 조용히 인식하며 휩쓸리지 않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눈과 귀를 크게, 쫑긋 세우며 보고 듣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갔다. 각자가 한 권의 책을 골라, 집으로 오는 길에 유튜브 영상을 봤다. 어떤 판사가 룸살롱은 갔다는..
갔는지, 안 갔는지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나중 문제다. 당장, 사법부의 행태와 혼란이 아이에게 부끄러웠다. 나는, 룸살롱 근처에도 안 가 봤는데, 힘도 없고 정치도 모르는 동네 아줌마일 뿐인데, 내가 왜 부끄러웠을까.
초등, 중등 아이들에게 시사용어의 하나인 삼권분립을 말하고 법원의 역할을 설명해야 하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법관도 아니고, 권력도 없는데, 내가 왜 가슴이 답답할까.
정말로 정치는 가르기와 모으기처럼 싹둑 잘라 구분되는 게 아닌 게 확실하다. 힘도 없고 정치도 모르고 법관도 아니고 권력도 없는 삼남매의 엄마일 뿐인 내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끄럽고 답답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정치의 존재감을 새삼, 인지하고 있는 요즘이다.
가르기와 모으기는 5 또는 10이라는 총합을 기준으로 시작된다. 방법은 여러가지 제각각이지만 총합은 처음의 기준이었던 5 또는 10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뉴스가 쏟아지는 지금, 의견은 다르지만 총합은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이 많은 오늘, 두서 없는 마음 속 생각을 글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