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선거를 앞두고 여지없이 등장하는 '여성'을 키워드로 한 논쟁과 갈등. 역차별의 용어가 나온지 한참이지만 여전히 차별과 그로 인한 갈등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여성인 내가, 남성과 가족의 이름으로 살기 시작한지 십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집에는 작은 남성 두 명과 더 작은 여성 한 명, 즉 삼남매가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살림을 잘하는 것이 여자의 의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는, 우리집 막내딸이 행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모인 우리를 도와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건 아닌지, 혹시나, 여자니까 니가 해, 라며 오빠라는 권위를 앞세워 막내를 부려먹는건 아닌지 늘 경계하며 살핀다.
도와주는 것의 근거는 '성'이 아니라 '효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꽤나 남성과 여성의 평등에 관심이 많고, 또한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착각이다. 나도 모르게 여자가 왜 저래, 남자가 왜 저래, 라는 수준 낮은 생각이 불쑥 튀어나와 조용히 반성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차별, 또는 혐오에 가까운 비하 등의 언행이 발견되는 때,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논쟁'이라는 이름의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어제 오늘 모습이 딱, 그렇다.
여성, 모계 사회에 대한 역사의 기록만 봤을 뿐 경험이 전혀 없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한 명인 나는 궁금하다. 과거의 모든 흔적 속에서 대부분 약자에 속해왔던 여성은, 처음부터 약자였을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장군, 한 나라의 번영을 가져온 위대한 정치가 또는 통치자 그리고 한 민족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신화! 그 속에서 영화의 원탑 여주 같은 인물은 없었을까?
정치의 갈등이 나라의 혼란을 불러오고, 그것이 다시 정치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지난 몇 달은 논술 주제 또한 정치 이야기가 많았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등장한 '여성'이 화두가 된 진흙탕 속 개싸움은 더욱,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여성이 과거나 현재 어디서라도 등장하기를 원하던 나에게, 논술 주제 자청비가 등장은 너무나 반가웠다.
단군의 건국 신화는 모두 알고 있지만 제주의 자청비 신화는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식이 없던 부부의 불공으로 태어난 아이 자청비, 그녀가 옥황상제의 아들 문도령을 만나 겪게 되는 고난과 시련이 초반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다. 노비였던 정수남에 의해 희롱과 괴롭힘을 당했지만 결국 문도령을 만나, 그와 결혼하게 되었다.
문도령과 함께 제주로 돌아온 후 또 다시 겪게 되는 시련을 모두 이겨낸 그녀는 자기 자신과 문도령, 정수남과 함께 제주의 독특한 환경을 다스리며 농업과 목축을 관장하는 세경신이 되었다. 그 중 하나인 중세경이 되어 운명을 뛰어넘은 신화의 주인공으로 제주의 후손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그녀는 분명 여성이 주체가 된 신화 속 위대한 인물이다.
자청비가 반가운 이유는 이야기들의 이야기 즉 신화에서는 흔치 않은 여성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자청비 신화 외에 여성이 주체가 된 신화가 또 있을까? 대표적인 것은 스파이더맨, 아니 스파이더 우먼이다. 거미줄을 짜내서 세상을 만들었다는 창조자 스파이더 우먼은 북미 원주민 중 나바호 족에게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다.
그 외에 하와이 화산 여신 펠레, 일본 천황의 조상신 중 최고라는 아마테라스 등이 있고, 찾아보면 더 있을 것이다. 자꾸만 여성이 소재가 된 자극적인 뉴스로 눈과 귀가 어지러운 요즘의 나에게 여성이 주인공이 된 신화 이야기가 나에 기분을 조금은 좋게 만들었다.
논술과 연결해서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 자청비의 운명 개쳑 과정을 3단계로 말해 보세요.
- 단군 신화와 자청비 신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해 보세요.
- 세경신을 키워드로 제주의 순환 농업을 설명해 보세요.
- 기후 변화를 키우드로 순환 농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보세요.
논술과 연결해서 조금 가볍게 물어볼 수도 있다.
- 내가 알고 있는 신화를 말해 보세요.
- 내가 알고 있는 신화 중 하나를 골라, 그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어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 지금 우리 동네, 학교 또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위대한 인물을 신화적 인물로 바꾸어 마음껏 만들어 보세요.
- 신화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정치적 양극화에서 또 다시 희생양이 된 '여성'의 인권을 자청비 신화 하나로 없애버리기엔 현실의 답답함이 너무나 무겁다. 일시에 모든 것을 바꾸기 어렵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남성과 여성, 양성이 함께 살아가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자라서 어떻고, 남자라서 어떻다, 여자니까 이렇고 남자니까 저렇다,와 같은 이분법적 발상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노력과 다른 것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는 부모의 의도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미래의 정치에서 적어도 여성의 인권을 둘러싼 갈등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