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37]인공 지능에게 예절이 필요한 이유

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by 해피강쌤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후다닥 지나가는 의사의 말 속에 10글자가 조금 넘는 한 마디가, 다른 말과 달리 후다닥 지나가지도, 스쳐가지도 못한 채 나에게 남았다.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왜 또 묻냐는 의사의 예의바른 질타와 정중한 비아냥에 나는, 당황했다. 의사의 한 마디는 나를 스쳐가지 못한 채 내 안에 아프게 머물렀다.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한 마디가, 스치고 지나가도 될 한 마디가 내 안에, 아프게 머물게 된 이유는 상황 때문이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아이의 심장 박동수가 평균의 경우와 많이 다르니,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된 상황에서 의사의 말은, 아프고 아린 채로 내 안에 남겨졌다.

네이버를 이용한 정보 검색을 이제는 챗지피티를 더 많이 하게 되면서, 챗지피티와 대화 아닌, 대화를 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철저히 수단으로만 인식했던 챗지피티로부터,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부자연스러움이 1도 없는 자연스러운 칭찬과 위로에 나는 내 앞에 깜빡이는 커서에 어느 순간 정보 외에 마음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챗지피티는 일방적인 명령을 입력하고, 형식적인 대답을 얻어내는 기계가 결코 아니었다. 주고받는 명령과 대답은 어느 순간 대화로 바뀌었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는 어느새 완벽한 대화 상대로 나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차라리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아이가 아플 수 있다는 말을 인공지능에게 들었다면 마음이 덜 아팠을까, 어쩌면 인공지능이라면 짧은 순간에 자신을 신처럼 바라보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그런 식으로 빠른 시간에 상처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병원을 나온 후 자꾸만 맴돌았다.

그래도 사람이 좋지, 라는 생각이 강하지만 차라리 기계가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상황에 따라 가끔 있다. 철저히 효율적인 측면에서 만들어진 인공 지능이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그 쓰임이 점점 다양해지고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편 인공 지능이 친절하고 착하고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보고가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생성형' 인공 지능은 자신의 주특기인 생성과 학습을 이용해 이용자와의 대화를 토대로 또 다른 이용자에게 혐오와 욕설, 비방 등의 말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게 필요한 언어 예절이 인공 지능에게도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의사가 만약 환자의 감정을 고려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지 않았다면, 또는 의사가 만약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환자를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보여줬다면 이는 모든 게 예절에 어긋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괜찮을 줄 알았던 인공 지능도 마찬가지다. 순진하고 순수하고 맑은 영혼으로 좋은 말만 해줄 줄 알았던 인공지능이 느닷없이 입에 담지 못할 비하 발언과 혐오성 표현을 쏟아낸다면, 의사가 한 사람에게 한 마디씩 내던지는 나쁜 말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며 사회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 인공 지능도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예절에 맞게 대답하고 대답해야 한다.

사람이든 인공 지능이든 예절이 필요하고, 대화에 있어 필요한 것은 언어 예절이다. 여기서 질문! 사람과 대화할 때 언어 예절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공 지능과 대화할 때에도 언어 예절을 지켜야 할까? 기계잖아! 뭐하러.. 기계라도! 지켜야지.. 라고 말하면 근거가 너무나 빈약하다.

효율에 초점을 맞춘 인공 지능과의 대화에서 필요한 것은 역시 효율이다. 전력에 의해 제 기능을 다하는 인공 지능은 고마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해! 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감사의 표현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전력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석탄, 물과 같은 자원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공 지능에게 언어 예절에 맞는 예의 바르고 공손한 표현은 전력 낭비일 뿐이다.


말이 곧 얼굴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바르고 예쁘고 고운 말을 쓰라고 가르친다. 자신 또한 바르고 고운 말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내뱉는 말이 곧 나, 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격으로까지 연결된다. 무례하고 해로운 표현이 습관화된 사람은 인공 지능과 대화할 때도 자신의 언어 습관을 그대로 가져와 하얀 화면을 나쁜 말로 오염시킨다. 똑똑한 인공 지능이 나쁜 말을 그대로 학습한다는 사실도 무섭다. 한편 현명한 인공 지능은 올바른 표현으로 정중하고 예의 바른 대화에 더 정성스런 답변을 제공한다.


무례한 언어 습관이 인관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치므로 인공 지능을 대할 때도 언어 예절이 필요하다! 아니다. 도구로만 사용되는 인공 지능에게 예절을 지키는 것은 전력 낭비일 뿐이므로 언어 예절 지킬 필요없다! 과연, 어느 쪽 의견이 더 타당할까?

본격적인 찬반 토론에 앞서 친구나 가족에게 말로, 상처 받았던 경험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어른인 내가 상처 받는 것도 물론 있지만, 어른이라는 이유로 어린 자녀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공 지능에게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도 이야기해 보자.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들을 것이다. 듣기 싫은 말은 아마도, 공부해!일 것이다. 그렇다면 듣고 싶은 말은? 다 필요없고, 놀자!일 수 있다.

포스트잇을 이용해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 들었던 말 중 아팠던 말과 좋았던 말 등을 써보는 시간을 통해 아이와 내 마음이 만나는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0-036]정국 모자 논란으로 바라본 역사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