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42]장마와 함께 시작된 정전 그리고 노이즈

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by 해피강쌤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아파트 전체가 정전이 된 일이 있었다. 고작 15분에 불과한 짧은 정전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파트 소통 공간을 통해 정전에 대한 소식이 올라오며 1분, 아니 1초마다 실시간 반응이 쏟아졌다.

그럴 수 있지. 상황에 따라 정전은 충분히,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라는 충분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전기와 그 전기로 만들어진 밝음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듯, 분노와 함께 빛의 속도로 올라오는 글에 나는 아주 빨리 피로감을 느꼈다.

문제는, 오늘이다. 한여름 잠깐 퍼붓는 소나기라면, 시원하게 바라보겠지만 지금 내리는 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장마다. 한동안 장마로 인한 불편함과 불시에 생길 피해까지 미리 예상하고 예견하며 조금씩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할 이 때에, 정전이 다시 발생했다. 며칠 전 짧은 시간 일어난 간헐적 정전이 아닌, 한밤중에 발생한 완벽한 정전이었다.


아파트 소통공간은 이미, 걱정과 두려움과 분노와 화가 한 가득 섞인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 버렸다. 엘레베이터에 갇혀서 분노한 누군가의 욕설로 완성된 제목, 관리소 직원을 향한 예의를 상실한 반말, 정전으로 인해 생길(생긴 게 아니라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전제품에 대한 피해를 책임지라는 지나치게 빠른 어쩌면, 음모론에 가까운 요구..

이해하지만 자제를 부탁하는 누군가의 글에 운영위원이냐며 다짜고짜 싸움을 거는 얼굴 없는 옆집일 수 있는 이웃.. 핸드폰 화면 속 소통공간에는 정전에 대응할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한밤중에 일어난 정전으로 인해 당황했을 누군가에 대한 이웃 주민의 위로는 없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기적인 나는 그 모든 대화 내용이, 내 눈에 보여지는 그 모든 대화 내용이 소음으로만 보이고 들릴 뿐이다. 차라리 내 앞에서 들리는 소리라면, 정말 청각에 의해 들리는 소리라면 그들의 분노가 십분, 이해되고도 남을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그들이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 있지 않기 때문에, 분노가 더 쉽게, 너무나 쉽게 걸러지지 않은 채 입력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진다는 것이 나에게는, 정전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보였다.

이쯤 되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수준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기적인 나는, 아파트의 수준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지 의문이다. 브랜드 파워와 함께 비싼 값을 자랑하는 아파트라고 문제가 없을까. 알 수 없다. 아파트 수준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의 수준이 벌써, 수준 이하 아닐까.


불이 꺼진 몇 시간, 정전으로 인해 더 조용해야 했을 그 시각 들리는 소음은 없었지만 보이는 소음은 엄청났다. 쉽게 흥분하고, 안 보인다고 함부로 말하는 그들을 비판하는 내 안에 잡음까지 더해져 번쩍거리고 쿵쾅거리는 천둥 번개가 내 마음속에도 똑같이, 일어났다.

정전이 되기 직전, 남편과 나는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공포영화는 심야에,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사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은 규칙으로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1000세대가 살고 있는 이 곳,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의 소리 없는 소음을 듣게 아니 보게 됐다.

이선빈 주연의 공포 영화 <노이즈>는 아파트에서 일어난 층간 소음을 다루고 있다. 조용히 개봉한 이 영화의 관객수는 벌써 100만이 훌쩍 넘었다. 층간 소음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영화의 곳곳에 등장한다.

한국 영화의 가장 큰 장점,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하다. 후반부에 나오는 대사 한마디에 소름이 쫙 끼치며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더더욱 끌어올렸던 <노이즈>, 추천한다!


무슨 소리야? 내 동생 살아있는데


영화는, 층간 '소음'을 말하고 있다. 소음의 측정 단위는 데시벨(db)이다. 장소에 따라 허용되는 범위가 있다. 내가 용납할 수 있는 데시벨은 과연, 얼마일까? 사람과 사람끼리의 관계에서 들리게 되는 소리를 소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은 아닐까?

천둥 번개와 함께 시작된 장마, 한밤중 발생한 정전, 아파트 층간소음을 다룬 영화 <노이즈>.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하루, 시원한 선풍기로 핸드폰을 충전한 채,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에 대한 분노를 반성하며 내려놓는다.

아! 나는 논술 선생님이니까, 아이들과 영화 노이즈, 한밤중 정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예고 없는 정전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란?

예고 없는 정전을 통해 전기에 대한 소중함을 글로 써볼까?

전기 대신 촛불로 환해진 내 방에서, 가장 먼저 보이면 좋을 사람은?

복구는 됐지만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정전, 어쩌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정전이 더 자주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노로 인한 대처 대신, 전기의 소중함에 대한 감사를 통해 전기를 아껴 쓰는, 생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부터, 그리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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