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그렇기에 킹은 단테의《신곡》필사본을 100편이나 제작해 번 돈으로 한둘이 아닌 여식들의 지참금을 마련한, 전설적인 14세기의 필경사 같은 이 시기의 영웅들을 찬양한다.
<쓰는 행위> 롤런드 앨런
국어 교육은 읽기와 쓰기, 듣기와 말하기로 이루어져 있다. 네 가지 영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학생이 아님에도 국어는 줄곧,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스며들어 있다.
국어 공부를 할 나이는 지났지만 여전히 듣고 말하기, 읽고 쓰기가 일과 일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어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냥 문해력도 떨어지는데 디지털 문해력까지 요구되는 현재에, 읽고 쓰기는 더욱더 중요해졌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책이나 문서를 손으로 베껴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던 필경사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존중받았고, 대부분 그 능력으로 부를 쌓았다.
그들은 고전이 된 뛰어난 문학 작품을 베껴 쓰는 그 행위를 통해 문학을 알렸다. 그들이 베껴 쓴 노트가 가정마다 교육을 위한 교재로 사용되었다. 인쇄술 발달 이전 필경사는 문명과 지식의 전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인쇄술 발달 이후 현대에 이르러 필경사는 문명과 지식, 문화의 보급에 있어 더이상 소용이 없는 직업이 되었을까? 이름은 사라졌지만 예전과 비슷한 의미로 여전히 중요하게 존재하고 있다. 고문서 복원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필사를 소재로 삼아 책을 출판하는 등, 베껴 쓰는 행위가 여러 이름과 모습으로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베껴 쓰는 행위를 의미 있는 노고로 받아들이며 기꺼이 필사를 실천하는 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깊게 이해하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필사를 한다. 문장력을 올리고, 이해력을 키우기 위해 필사를 하기도 한다. 뭐가 됐든 필사는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1400년대 피렌체, 즉 토스카나 지방은 쓰는 행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돈을 주고서라도 필경사를 고용해서 기록을 남겼고,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기록했다. '치발도네'라고 불린 모든 것을 기록한 '모음집'은 다른 유럽에서 찾아볼 수 없는 피렌체만의 특징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고인이 된 피렌체인 582명의 유품 목록 가운데 무려 책이 1만 571권이나 올라가 있었다. 인당 평균 18권씩인 셈이다.
<쓰는 행위> 롤런드 앨런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낮다. 10명 중 6명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옛날 피렌체 사람들의 독서량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낮은 독서량이다. 그들은 높은 독서량은 빈자인 자신들을 부자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도시 전체가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쓰기를 통해 읽기를 강화한 피렌체 사람들을 교훈 삼아, 읽기가 도무지 어렵다면 쓰기를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필사 광풍이 아직 식지 않았다. 잘 꾸며진 필사책 한 권을 통해 베껴 쓰는 행위, 필사를 시작해보자.
하루의 소소한 베껴 쓰기를 통해 그 옛날 14세기 필경사처럼 영웅이 되어 보자. 하루의 솔직한 베껴 쓰기, 필사는 세상으로부터 무너지려는 약한 내 마음을 다시 붙잡아 줄 수 있는 수단,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말하기가 주된 활동인 토론과 달리 논술은 글쓰기가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베껴 쓰는 행위, 필사는 논술에 있어 무엇보다 좋은 도구가 되어 줄 수 있는 하나의 학습 활동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필사는 가볍게 한 문장, 한 페이지로 시작하면 된다. 더 바라지 말고! 양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습관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양서를 고르는 것보다 어쩌면, 필사하기 좋은 환경을 아이와 함께 꾸며주는 활동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아이의 꾸준한 필사 습관을 위해, 노트 한 권, 탐나는 문구류를 선물해 보자. 가끔은 아이와 함께 필사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 <10분 필사, 1시간 수다> 시간을 만들어 보자. 아이를 위해 기꺼이 나에 노고를 선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