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63]새벽 배송 금지

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by 해피강쌤

'새벽에 일할 권리 왜 뺏나'

오늘(12월17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의 제목이다. 새벽 아르바이트가 생계인 누군가에게 '새벽배송 금지'는 호랑이의 발톱(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오누이(약자이자 근로자인 보통 사람들)에게 동아줄을 뚝 끊어버리는 잔인하고 지나친 정책일 수 있다.


근로자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라는 입장과 새벽 배송을 선택한 사람들의 생계권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새벽에 일할 권리는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 궁금해졌다.

새벽에 일할 권리는 아마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중 근로권에 의해 파생되는 권리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청구권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헌법 제 32조 근로의 권리는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주된 내용이다.

단,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깨질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리는 아니다. 전제 조건과 일정한 한계가 있다. 근로의 목적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의 의무는 일할 기회와 일하기에 알맞은 인간다운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근로의 권리에 의하면, 새벽 배송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근로자의 권리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헌법상 보장된 근로의 권리에 따라 국가는 인간다운 조건을 갖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경우, 새벽 배송은 이 조건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는, 근로의 권리에 의해 새벽 배송을 금지시킬 수 있다.

호랑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오누이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에 기도했다. "하늘님, 저희를 도와주세요!" 결국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내려왔다. 호랑이에게는 썩은 동아줄이 내려왔다면, 오누이에게는, 그들을 살리는 생명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새벽 배송은 누군가에게 생계를 위한 절박한 수단일 수 있다. 오누이를 살린 동아줄이 새벽 배송이라면, 정부의 규제는 지나치다. 필요에 의한 새벽 배송이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결국 썩은 동아줄이다. 지나치다 할지라도 정부는 규제의 칼로 잘라내야 한다.


여기서 쟁점은 근로의 권리다. 가속화된 자본주의의 처참한 결과, 부의 양극화에 의해 사회적 약자가 된 노동자들의 권리가 주된 내용이어야 한다. 새벽 배송으로 인해 생기는 소비자들의 혜택, 즉 국민 편익을 이유로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한다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태도일 수 있다.


한데 강제수용소의 위협 아래 살지 않는, 그래서 무엇이든 말하고 쓸 수 있는 서방 세계에서, 인권을 위한 투쟁은 대중화될수록 점점 구체적인 내용을 상실한 채, 결국 만인에 대한 만인의 공통된 태도가 되었고, 모든 욕구를 권리로 바꿔 놓는 일종의 에너지가 되어 버렸다. 세계 전체가 하나의 인권이 되었고, 모든 것이 권리로 바뀌었다.

<불멸> 밀란 쿤데라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를 뺏긴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주의로부터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문제는 그 권리가 언제부터 권리였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새벽 배송이 꼭 필요한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에게 새벽 배송은, 권리가 아닌 혜택에 불과한 편익이다. 편익은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새벽에 내 집 앞에 물건이 놓여져있길 바라는 것은, 권리가 아닌 욕구다. 모든 욕구가 권리가 되는 세상은, 결국 어떤 욕구도 권리가 될 수 없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새벽에 일할 권리 왜 뺏나', 새벽 배송 금지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 볼 것들은, 무엇을 권리로 보아야 할 것인가, 어떤 권리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인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이다.

모든 욕구는 권리가 될 수 있나요?

약자를 위한 정책은 항상 옳을까요?

국민의 권리와 편익,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국가는 근로자의 생계와 안전 중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까요?


뉴스의 헤드라인 하나로, 자녀를 위한 질문(발제문)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사회에 대한 어른의 관심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쿠팡 새벽 배송이 금지할 수도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로, 가볍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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