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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천사 May 17. 2023

오늘, 두근거리며 살고 싶다.

선물 같은 오늘.

햇살이 꽃가루가 되어

노랗게 쏟아지는 봄날이다.

어둠을 지우는

 아침도 다시 시작된다.

 나무도, 꽃들도

깨어나게 하는  우주의 격려가

 누리에 햇살로 번지고 있다.

풀잎마다 맺힌 이슬은

낮게 사는 풀들의 땀방울이요,

마른 가지에서 솟은 벚꽃은

겨울을 살아온 나무의 미소다.


아침은

고요를 미사포로 걸치고 

기도로 시작된다.

가시밭을 맨발로 걸어도

멈추지 않는 생의 의지를

찬양하게 해 달라고.

멈추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

희망하던 일들이

다가온다는 것을 믿게 해달라고.


그동안

살아온 것만으로

잘 견뎌왔다고 자신을

다독이는 습관처럼 산책을 한다.

하늘이 담기면 하늘이 되는 연못이

기다리는 물빛 공원까지.

천천히 걷다 보면 힘든 하루도

여유롭게 바라보게 된다.

 풀잎의 푸른 숨결마저

달콤해진다.

아침의 체온은

햇살이 되어 온몸으로 스며든다.

두 팔을 펼치고 눈을 감으면

따스한 세상 속에 놓여 있는

나의 목숨도 싱싱해진다.



살다 보니 가끔은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는 것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아니란 것을

나이가 가르쳐 준 것이다.

사람으로서 사는 기쁨은

시간 속에서 변화된다는 것임을

아침은 날마다 말해준다.

어제를 보내고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

어제처럼 살고 싶지 않은

신선한 의지의 표정을 가지고 온다.

도시를 걷는 것도

커피 한잔을 사기 위해

테이크아웃 점 앞에서

한잔의 커피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 있는 순간도.

벚꽃이 화르르

나비가 되어 날아다닐 때도.

살아 있다는 사실에

걸음이 가벼워진다.

 아침으로 인해

마음을 바꾼 것뿐인데도

달라지는 세상의 표정이다.


오늘이 사라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부고장이 되기도 한다.

며칠 전 마주친

진달래 꽃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도

피고 지는 꽃이구나 싶어 진다.

 살아온 만큼  오래된 것이라도

언제든

다시 피어나는 꽃이 된다는

것이 생의 비밀이다.


 삶은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바라보게 한다.

오늘을 살면서 어제를 말하고

내일을 기대하지만

아무도 어제를 다시 데려오지 못한다.

내일이 어떤 모습인지는 모른다.

정녕 나의 삶은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 행복하지 못한다면

내일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온 오늘을

미래라는 블록에 끼워 맞추며

살지 않기로 하는 순간

오늘이 축복의 날이다.


이렇게

 나의 오늘과 너의 오늘이

 이어지는 동안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두근거리며 사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웃어주는 사람도 오늘 아침이

배달해 준 선물이다.

삶이란 누리는 것이다.

힘들게 엮어가는 그믈이 아니다.

주어진 것을 누릴 줄 모른다면

기대와 실망으로 인해 삶이 피곤해진다.


누가

태양을 돈으로 살 수 있겠는가.

누가 바람과 비를

소유할 수 있겠는가.

생명을 생기 있게 하는 것들은

공짜로 주어져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너그러움이

자연 속에 풍성하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실체가

날마다 하루와 함께 다가온다.

어머니가 미리 준비해 둔

생일날 케이크처럼

살아 있음을 축하하기 위해 주어져 있다.



산다는 것처럼

황홀한 경험은 없다.

사랑의 추억이 쌓이고

이별을 통한 생의 의미도 배운다.

먹고사는 일에 매달리는

목숨을 향한 애잔함도 알게 된다.

 살아내느라고

상처받는 동안 어우러져 사는

지혜를 알게 되고,

욕심으로 탁해진 영혼이 맑아지는

성숙의 계절도 만난다.

살아가는 것은 우주 속에서

지구라는 푸른 별을 찾아와

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것들이

새로운 경험이 되듯이

내가 지금 사는 것은

자신도 모르던 자신의 삶에

숨겨진 신비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경험이라 생각하면 사는 것이

호기심으로 채워지고

슬픔도 기쁨도 단순해진다.


오늘을 마지막처럼 바라보면

어떤 삶도 고귀해진다.

그리하여, 오늘을

두근거리며 살고 싶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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