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여행
캐나다 온 지도 4주가 넘었는데 첫날부터 매일매일 간 곳이 있다면...
마트~~ 여긴 편의점은 찾기가 그리 쉽지 않고 가까운 곳도 집에서 왕복 3킬로 거리의 대형마트다.
역시 세계 2위의 크기를 자랑하는 나라답다.
마트 위치도 처음엔 몰라 우버를 이용했는데 생각보단 가까워서 걷기도 하고 추운 날이라 버스 타기도 도전했다. 3코스를 2일간 걸어 다녔다니.. 스마트 폰이 생기기 전엔 버스나 택시를 타려면 더 많은 영어를 했어야 했을 텐데 구글 지도 맵으로 위치를 찍으면 몇 분 후에 버스가 오는지까지 상세히 알 수 있고 우버에도 내 사진이 있어 기사님이 복잡한 코스트코 주차장에서도 나를 찾아내는 세상 좋은 시절이 되고 나서 외국 와서 살게 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거리의 모든 간판은 까막눈인 나에게는 맥도널드나 서브웨이, 혼다, 기아 대리점 등 한국에서
본 익숙한 업체가 다였다.
그러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한글을 읽는 아이처럼 신기하게 간판 하나하나를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캐나다 런던은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 길을 기억하는 게 생각보다 더뎠다. 가장 높은
건물이 24층인가라고 들었는데 한국에는 아파트가 기본 20층이니..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임이 실감 났다.
처음엔 하루 종일 집에만 있기엔 너무 답답해서 대형마트에 장 보러라도 가면서 매일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물론 매일매일 필요한 것이 있기도 했고. 캐나다 런던의 물가는 비싼 편이다. 특히 외식물가.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면 여기 물가로는 싼 편에 속하는 데 여기 코스트코에서 눈에 띄게 싼 식자재는 봉지우유와 델몬트 바나나, 아이스크림 큰 통이다. 한국 음식만 그리워하기보단 현지에서 더 싸게 즐길 수 있는 소고기로 스테이크를 많이 해 먹고 식빵도 현지 통밀이니 신토불이구나 생각하며 쌀 사듯이 매주 사다 놓는다.
아들들과 집 근처 마트에 걸어가면서 근처 멋진 공원도 놀이터도 발견하고 달라라마, 달라트리라는 우리나라의 다이소와 비슷한 매장도 찾아냈다. 강아지 산책시키는 분들이 많아 걸어가면서 인사하는 건 덤이었다. 개 키우는 가정이 워낙 많아 불꽃놀이를 개가 싫어하니 축제 때 불꽃놀이가 싫다는 캐나다인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첫 주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차가 없어서 움직일 때라기보다는 해외송금을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토스로 송금하면 몇 초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인데
캐나다 계좌를 개설하고도 하루 송금 한도가 있어서 차량 대금을 날짜에 맞게 모인이라는
어플에서 송금하고 캐나다 계좌로 받는 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제일 지루했다.
다음 주부턴 아들들이 첫 등교를 해야 했기에 스쿨버스 배정을 받을 대기기간 일주일 동안은
차로 등하교를 해줘야 했기에 차량 대금 지급과 인수가 일정대로 돼야 했다.
일주일 단위로 등록을 하는 스쿨버스 제도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런던시 전체적으로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학교 반 배정이 되어야만 등록을 할 수 있고 일주일 단위로 등록이 된다고
했는데 실제 10일 정도 기다렸다. 월요일에 교육청 등록을 해서 목요일에 학교에서 반배정 결과를 받아
신청하니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거리에서 스쿨버스가 멈추면 양쪽 차가 스쿨버스를 앞질러 가면 안 되고 무조건 정차해야 하기에
무적의 버스였다. 지키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한다.
그만큼 캐나다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드디어 도착 일주일 만에 차량을 인수한 날 토론토 나들이를 가서 만다린 레스토랑에서 한국과
익숙한 뷔페 음식을 먹게 되었다. 차이니스레스토랑이라는데 해산물도 야채도 많아서 입맛에 잘 맞았다.
도시락으로 김밥을 쌌는데 다들 김밥을 보고 초밥이라고 말하는 게 낯설었다.
우리나라 푸드는 아직 불고기와 김치뿐인가 케데헌이 아직 김밥까지 다 알리진 못했나.
토론토는 런던시에서 2시간 거리인데 외국에선 첫 운전이라 그런지 초보 때 운전대를 처음 잡은 날처럼
엄청 떨렸다. 다행히 운전석은 우리나라와 같은 왼쪽이었지만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신호등 모양도 낯설었는데 등이 4개가 있는 곳은 좌회전 신호가 있어 기다려야 하고 3개 있는 곳은 직진
신호에 반대차선에서 차가 안 오면 가도 된다.
우회전 신호가 있는 게 낯설었고 신호체계 중 하나는 우리나라보다 밀집도가 낮은 나라답게 보행자가 초록불에 건널 때 화살표를 눌러야 신호등이 들어오기에 보행자가 없으면 차량 신호가 훨씬 빨리빨리 켜지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토론토까지 간 김에 과거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토론토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에 가서
여행객이 된 느낌을 즐기려는데 만난 한국 단체관광객만 두 팀이라 여기가 한국인지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래도 타국에서 들리는 한국말은 어찌나 반가운지...
발작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느낀 건
외국생활에서 제일 부족하고 어려운 건 뭐니 뭐니 해도 유창한 영어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생존영어로 물건 주문하고 계산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생각한 대로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하는 건 아직 너무 짧은 영어에 익숙해서인지
어렵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나 집주인에게 오는 전화는 아직도 두렵다.
알아듣긴 해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으니...
리스닝 부분도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제스처를 읽고 눈빛을 읽으면 되니 대략 눈치만 백 단이 된 것 같다.
이제는 이런 뜻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게 함정.
그래도 길거리 간판도 더 유심히 봐지고 특히 마트에서도 쇼핑이 조금은 편해졌다.
이제 아이들과 내가 여기서 학교를 다닌 지도 4주 차가 되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하루하루 4 식구 모두 무탈함에 감사했고,
다른 건 캐나다에 적응하고 지낼 만 한데 도시락을 아침마다 4개씩 싸면서 한국의 급식 문화가 제일 그리웠다. 말하기는 한방에 늘지 않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2년간 여행이라 생각하고 즐기자. 하루하루는 더뎌도 한 방향으로 감은 확실하니까..
다시 20대와 같이 학교를 다니는 것도 그저 좋고, 3주 차에 3개나 되는 writing, listen, review test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도 공부만 하면 되는 시절임에 감사하고, 겨울 햇살 가득한 낮시간에 집으로 가는 차에서 느낀 여유도 돌아보니 싱그럽기만 하다.
나중에는 이 2년이 미치도록 젊고 그립고 아름다운 시절이 됨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