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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Ryoo 류구현 May 21. 2023

Why와 What의 역사 18. 신화神話, 문화의 원형

#역사

Why와 What의 역사

18. 신화神話, 문화의 원형


신화는 오랜 옛날로부터 전승된 이야기로 긴 세월 동안 사회 구성원의 공감과 지지를 받아온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 사회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함축하고 있는 문화의 원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격양가擊壤歌는 고대 동아시아 세계의 물질적 풍요와 윤택한 인심을 가졌던 태평시대를 그린 노래이다.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쯤 되었을 때 그는 백성들의 삶을 살펴보고자 변복을 하고 저잣거리로 나섰다.



그런데 한 노인이 길가에 두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앉아, 입에는 먹을 것을 잔뜩 머금은 채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들기고, 또 한 손으로는 땅바닥을 치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는가.

有老人 含哺鼓腹 擊壤而歌
유노인 함포고복 격양이가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우물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먹으니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랴     

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于我何有哉
일출이 작
일입이식
착정이음
경전이식
주력에 아하유재

입에 음식을 머금고 배를 두드리는 ‘함포고복含哺鼓腹'은 물질적 심정적 넉넉함을, 땅을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 '격양이가擊壤而歌'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사는 삶의 행복을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표현한다. 동아시아인 들은 현실적이면서 또한 자연 원리적이었다.
요임금은 이 노래를 듣고서야 비로소 안도했다고 한다. 백성의 삶을 보살피고 돕는 것이 임금이며 정치권력의 본분임을 전설 속에 모두 담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가부장적인 수직적 세계관과 목가적인 권력의 이미지이다.

 훗날 노자는 다스림의 원리를 더욱 진척시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장 좋은 지도자는
있는지도 모르겠는 자이며
그다음은 친하고 명망 있는 자이고
그다음은 두려운 자이며,
그다음은 업신여겨지는 자이다

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태상 하지유지
기차 친이예지
기차 외지
기차 모지

-도덕경 17장 중

노자는 자연의 원리를 따라 저절로 되는 무위 無爲야말로 최상의 정치원리임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억겁의 세월 동안 지혜로 단련되어 저절로 조화롭게 움직이는 자연이야말로 인간이 따라야 할 최상의 원리라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유럽역사는 그리스문명에서 시작하여 헬레니즘을 꽃피우며 장려한 서막을 올린다. 그리스 문명의 정신은 그리스 신화 속에 녹아 있다. 신화는 인간이 들려주는 신의 이야기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보여주는 신들의 이야기는 기발하고도 적나라한 '막장 드라마'의 모음이다.

예컨대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비너스 )의 출생 스토리는 그 백미에 속한다. 땅의 여신 가이아는 자기가 만든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관계하여 많은 신을 낳았다. 안하 무인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가이아를 괴롭히자 참다못한 그녀는 우라노스가 잠든 사이에서 아들 크로노스에게 사주하여 남편이자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의 '거시기'를 베어 거세해 버렸는데, 이때 바다에 떨어진 그것이 바다 위를 떠돌다 거품이 되었고, 그 포말 속에서 홀연히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진 여신 비너스가 탄생하였다는 막장드라마 같이 기상천외한 출생이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인 우라노스를 거세한 크로노스 또한 자기의 아들인 제우스에게 쫓겨난다.  크로노스를 내쫓아 지옥에 감금시킨 다음 최고의 신이 된 제우스는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의 부인(그의 누이이자 세 번째 아내) 헤라의 질투는 동서고금 모든 질투 유형의 모범을 보여준다.


비너스의 탄생 La nascita di Venere,  산드로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 1485년, 우피치 미술관 Galleria degli Uffizi


이들 신화는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신화 속에 등장하는 숱한 그리스의 신들은 온갖 욕망을 가지고 다투는 모습을 과장하여 보여주고 있다. 신의 행위를 통해 인간을 긍정하는 형식이다.

그리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 세계의 진솔한 얼굴들을 보여 준다. 신화는 새로운 사회 구성원이 될 어린이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은 그것이 신神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 임을 알게 된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뜨거운 욕망과 그것을 뛰어넘는 고귀한 정신의 세계까지, 인간이 가지는 허약함과 가능한 희망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긍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라난 그리스의 시민들은 인간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시민 모두를 위한 보편적 제도와 장치들을 합의하게 되는데, 이것이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시작이었다. 그리스 신화는 서구문화가 가지는 솔직성과 개방성, 합리와 창의,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성을 유전자로 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것은 동양의 요순성대의 전설과는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그들은 왜 서로 달랐을까?

한 사회의 삶의 방식인 '문화'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가장 먼저는 생존환경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생존환경은 다시 자연환경, 문명 수준, 경쟁상황 등으로 보다 세분화하여 설명될 수가 있다. 서양의 그리스와 동아시아 중국의 판이한 문화 양식도 이 같은 구도 속에서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먼저, 자연환경에서는 그리스가 가진 해양 중심의 생활환경과 중국의 내륙중심의 생활환경은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그리스는 반도의 척박한 농경 여건을 이겨내기 위하여 온난한 지중해를 사통팔달의 교통로로 하여 교역과 상업을 발달시켰다. 상업발달의 전제조건은 정보의 투명한 개방과 다양하고 풍부산 물산일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부를 낳게 하고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중요시하는 문화적 토대가 되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중화문명은 크고 비옥한 강들의 인근에서 시작되어 기본적으로 안정된 농경경제의 기반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래서 인구 밀집도가 낮았던 초기에는 요순시대의

'태평성대'가 실재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팽창하자 한정된 생산을 두고 다툼이 치열해지고 이것은 개인의 창의보다 권력과 관계 중심의 생존방식을 강제하게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사람은 자유인으로서 개인이 아닌 관계, 즉 '사람사이'란 의미인 인간人間이었다. 이 관계중심의 사회는 권위와 권력에 의존하는 보수적 행동양식과 권력지향적 계급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이 차이는 오늘까지도 두 문화를 가른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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