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son Ryoo 류구현 May 31. 2023

Why와 What의 역사 19.유목문명과 정주문명


Why와 What의 역사
문명의 원형
19. 유목문명과 정주문명

인간의 물질적 삶은 처음 수렵과 채집으로 시작되었다. 들소와 순록을 쫓아 사냥을 하고 야생 과일과 열매를 수확함으로써 의식주를 마련했다. 희소한 인구에 비하여 풍부한 자연의 혜택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했다.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구전되는 옛 황금시대 Golden Age는 이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인간은 지혜가 쌓이자 짐승을 방목해 기르는 목축과 가두어 기르는 사육 그리고 과일과 곡식을 재배하는 경작을 시작하여 생산성을 올렸다. 이에 따라 목축을 중심으로 하는 유목문명이 생겨나고, 사육과 경작을 중심으로 하는 정주문명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것은 점점 뚜렷해지는 수렵과 채집 자원의 부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도 볼 수가 있다.
유라시아 초원이나 툰드라지대는 유목문명이 발달되었고, 큰 강 인근에서는 정주문명이 번성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자연환경에 따른 물적 토대의 차이는 의식과 생활 방식 차이를 가져와 각기 고유한 문명을 낳고 문화를 형성했음을 알 수가 있다.



역사는 이런 상이한 두 문명의 격돌과 투쟁과 순환 과정을 뚜렷이 보여준다. 자연의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예측하여 생산활동을 해야 하는 유목문명은 내외의 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유연하게 대처하는 역동성을 장점으로 한다. 이에 따라 전체를 조망하는 거시적 안목과, 서로 돕고 의존해야 되는 관계 속에서 상대를 대등하게 존중하는 민주적이고 수평적 문화가 발달되었다.

이것은 정주문명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농경 중심의 생산환경에서 보수적이고 위계를 중시하는 수직적 문화를 가지는 특성과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한편 정주문명은 물자와 지식을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할 수가 있어, 안정된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부를 증대시키고 학문을 발달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고인 물이 썩듯이 사회문화가 부패하기 쉽고 빈부의 격차가 커져 사회가 불안정하기 쉬운 내적 취약성을 늘 안고 있었다.
예컨대 기원전 4세기부터 5세기까지 유라시아 서북방 초원을 지배한 흉노족은 동아시아 중원의 정주문명의 흥망에 오랫동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한 4세기 후반부터  흉노의 한 갈래로 중앙아시아에서 나타난 훈족은 흑해 연안과 동유럽으로 이동하며 선 주민 게르만족을 서쪽으로 밀어내어, 결국 정주문명의 대제국인  서로마의 멸망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되었다.


시화/ 이백李白의 대주문월對酒問月도


인류의 역사는 특질이 다른 이 두 문명의 충돌과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두 문명은 물질을 가운데 두고 상호 대립하면서도 문명과 문화적인 면에서 서로 보완적인 상호 작용을 했음을 보여준다. 상대가 갖지 않은 장점과 단점을 서로 나누어 가졌기 때문에 상호 교환 내지 순환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까닭이다. 
교역과 전쟁 등을 통하여 문물을 교환했고, 부패하기 쉬운 정주문명이 활력을 잃었을 때는 유목문명의 신선한 피가 전쟁과 정복의 형태로 수혈되기를 반복했음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유라시아 전반에 걸쳐 시대를 관통하여 일어난 보편적 현상이었다. 유목문명 또한 정주문명의 안락함과 풍부함과 세련됨에 자주 동화되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역사가 반복되었음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 두 문명과 문화의 상호작용은 오늘날도 그 주체와 형태를 달리할 뿐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변화에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개인이나 조직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상대로부터 늘 자극을 받고 변화를 강제받는 현상들이다. 이것은 자연의 원리가 변화와 순환 가운데 있음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흐름이다.
또한 비슷한 문화를 가진 사회나 조직 안에서도 현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보수적 힘과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거나 일으키려는 진보적 힘이 공존하고 순환하는 것도 같은 이치로 볼 수가 있다. 
현대는 변화가 빠르며 동시 다발적이다. 그래서 이를 민감하게 수용하여 유연하게 대처하는 유목민적 문화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세상의 흐름 속에서 기회와 위험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해 가는 디지털노매드 digital nomad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문명과 문화와 자연원리
문명 초기 인간은 순수 자연상태를 벗어나 차츰 인공적 생태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진보된 삶의 방식으로 통상 이해 된다. 
문화는 대개 인간의 정신적 삶의 양식을, 문명은 물질적인 삶의 양식을 일컫는다. 또 문화 culture는 생활 속에서 자라나며 구체화되는 생활양식으로 이해되고, 문명 civilization은 물질적 기반을 이루거나 공동체 기반을 형성하는 사회적 양식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래서 문명에 이름을 붙일 때는 금속의 사용이나 계급의 발생 등의 사회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꼭 이러한 학술적 요구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고 볼 수가 있다. 문화를 정신적 생활양식으로, 문명을 물질적 생산적 사회적 양식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문화와 문명을 모두 인간 생태의 발전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인간 생태는 순수자연으로 부터, (자연의 원리를 모방한) 인공 생태의 구현 과정이라는 관점이다. 큰 틀에서 이러한 인간 생태의 구현 과정은 자연현상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인간도 자연의 일원이며 인간 사회도 자연현상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행동 양식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으며 확장 발전 되어 왔지만, 그 지향점은 자연의 원리로 회귀를 하는 사이클을 그려왔다고 볼 수가 있다. 
예컨대 국가나 문명의 흥망성쇠의 순환 사이클은 그것을 입증한다. 이러한 순환 사이클의 회귀점은 결국 자연원리로 볼 수가 있다. 헤겔이 주장했던 변증법적 역사의 이해도 이를 뒷 받침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열망의 의미- avalokitesvara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