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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Ryoo 류구현 Jun 06. 2023

Why와 What의 역사  20. 파피루스와 스마트폰


#역사

Why와 What의 역사

20. 파피루스와 스마트폰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는, 나일강 등 지중해로 흘러드는 강가에 자생하는 갈대인 파피루스가 종이로 만들어져 '파피루스'라는 이름으로 전파되었다. 파피루스 위에 그들의 지식과 정보는 켜켜이 축적되어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이루게 된다.


파피루스는 정보를 공유하는 고대의 '정보저장장치' 겸 '디플레이'이었다. 이것은 정보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전파하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매체 media였던 셈이다. 정보를 저장하는 양과 전달하는 방식과 속도는 현대의 온라인 플랫폼이나 웹 환경과는 도저히 견줄 수가 없지만, 정보를 담고 공유하고 유통하는 기능은 기본적으로 같았다. 


그림/  파피루스는 보통 2~3m의 크기로 자라며 관상용으로도  재배된다. 나일강 삼각주에는 이 식물이 풍성하게 자란다. Papyrus라는 단어는 영어 단어 paper의 어원이 되었다.


파피루스와 같은 종이의 발명은 정보 대중화를 이끈 혁명적 사건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로부터 문명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파피루스 속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소수의 지식인과 일부의 상인과 관료들에게만 국한된다. 오늘날처럼 대중들의 것이 될 때까지는 무려 4,00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로 했다. 스마트폰이 생필품이 된 오늘날 태어난 사람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는 노릇일 것이다.



당시 파피루스는 이집트의 주요 수출품이자 전략물자여서 적대적인 국가엔 금수조처가 내려지기도 했다. 현존하는 파피루스로는 BC2600-BC1000년까지에 이르는 수학 의학 문학 서적의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시아의 한나라 말기(AD105년) 채윤이 만든 종이가 AD8~13세기에 걸쳐 유럽에 전해질 때까지 '양피지'와 함께 인간의 지혜와 꿈을 담는 공간이 되어 준 것이다.

파피루스와 스마트폰 
다소 생소할 수가 있는 이 대비는 4,000년 가까운 역사시대 동안 일어난 문명의 진전과 도약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인간의 문명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비극을 겪으면서도 극적인 성장을 이루었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파피루스와 스마트폰의 차이이다.
지식과 정보는 자유를 준다. 새로운 앎을 통해 지혜와 용기를 주며 부富와 권력을 얻을 기회를 준다. 개인이 가지는 지식과 정보는 개인의 자유와 권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과거엔 독점적 소수의 손에 있었지만 오늘날엔 그 기회가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열려 있다. 

이것은 파피루스와 스마트폰의 차이만큼의 변화이다. 이것의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의미는 알고 찾는 자에게 기꺼이 봉사한다. 역사상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최근 몇 년 간처럼 이렇게 폭발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의 손에 세상의 정보를 쥐고 있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와 함께 시민이 가지는 책무와 권리를 이해할 때, 이것은 자유를 위한 비길 데 없는 자산이 될 수가 있다. 스마트폰이 자기도 모르게 자리 잡은 '구속'이 아니라 '자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파피루스는 4,000년의 먼 시공을 넘어 인간이 쌓아온 첨단문명의 결정체가 되어 이제 스마트폰으로 우리 모두의 손안에 있다. 인간이 피와 땀 흘려 이룩한 모든 정보를 담은 채, 모두의 친구이자 수호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자유'의 주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지금까지, 인간의 탄생 이후 그가 만든 문명의 원형적 요소들이 가진 의미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불과 금속의 사용에서부터 권력 발생과 파피루스의 발명까지, 이들 모두는 인간에게 빛과 그림자를 지닌 문명의 원형적 요소들이다. 이들의 본질이 가진 빛과 그림자를 바르게 이해할 때, 비로소 이들은 오롯이 인간의 자유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문명적 도구들은 빛과 그림자를 가진 양날의 검과 같다. 빛은 자유이며 그림자는 굴레이다. 문명적 도구들은 수단에 지나지 않지만, 권력에 의해 인간을 속박하는 굴레가 된다. 그러나 우리가 깨어 있는 눈으로 권력의 압제와 유혹을 용인하지 않는 한,  그들은 결코 굴레가 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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