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옛 그리스문명이 이룬 빛나는 성과에 대하여 부족함이 없는 선망과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빛과 어두움을 함께 선물했다. 이것은 아마 자연이 가지는 균형의 원리와도 통할 것이다. 빛은 어두움 속에서 어두움은 또한 빛 가운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빛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일까?
고대 그리스는 발칸반도에서 미케네 문명을 이루고 있던 아카이아인들의 땅이었다. 기원전 12세기경 그리스는 당시의 첨단 철기 기술로 무장한 '도리아인'의 침입을 받는다. 도리아인들은 같은 유럽 아리안계로 그리스 반도의 북부에 자리 잡고 있다가 남하한 것이다. 그리스는 호전적인 도리아인의 침략과 지배로 기나긴 암흑기 (BC1100~750년경)와 참주 독재시대를 겪게 된다. 그들은 이러한 시련기를 극복하는 가운데서 인류 사상 처음으로 시민 민주주의 시대(BC508)를 열게 된다.
지도/ 그리스 위치와 지형. 그리스는 척박한 육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일찍부터 지중해와 흑해 연안의 식민지를 개척하고, 이들 바다를 내해로 삼아 해상교역을 발달시켰다.
마치 엄동설한을 견뎌내고 피어난 봄꽃처럼 그들에게도 350년간이나 되는 인고의 암흑시대가 있었던 셈이다. 이것은 훗날 1,000년의 중세 시대를 이겨내고 르네상스 시대를 연 것처럼,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기 위한 기나긴 '회임'의 시간이었다. 그들이 지은 그리스 신화는 이 고난의 암흑시대를 거치며 잉태한 장대한 서사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문명의 암흑기를 이겨내며 빚어 놓은 그리스 신화와 독재 시대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쌓았던 사회 정치적 지혜, 그 가운데는 그들이 민주주의를 기초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들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에 대한 경험적인 계산서들이 이미 모두 들어 있었다.
그들의 '생각의 시작'은 바로 무명과 압제의 시대를 이겨내면서 이룩해 놓은 이 '자유정신'이었다. 그들의 시민 사회가 낳은 빛나는 자유정신은 지중해를 따라 구축한 행상 무역의 경제적 토대를 발판으로 하여, 마침내 진실과 진리를 향한 거리낌 없는 생각의 날개 짓을 시작했다 (BC500년경). 이 자유정신이 '생각의 시작'이며 과학과 합리주의의 시작이었다.
사진/ 파르테논 신전과 바로 옆 에레크테이온 Erechtheion 신전의 여신상 기둥
발칸 반도로 남하했던 도리아인들은 필로폰네 소스의 스파르타, 코린토스 등의 폴리스를 건설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동족 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발칸 반도의 척박한 지리적 특성상 해변의 폴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의 도시국가들로 느슨한 연합체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만 필요시 폴리스들 간에 동맹을 맺는 형식을 취했다. 이렇게 산개한 독립된 도시 국가 체제는 수직적인 거대 제국의 출현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수평적인 정치 구조는 그들만의 독특한 시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보아진다. 이것은 동시대의 다른 지역의 거대제국의 출현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시민민주주의의 입장에서 이러한 이상적 '소국과민小國寡民'의 도시국가 체제는 로마에 의한 제국의 시대의 출현과 함께 막을 내린다. 인류의 제국 시대로의 진행은 역사의 진보였을까? 아니면 후퇴였을까?
고대 그리스는 지중해와 흑해를 중심으로 한 식민 도시의 건설로, 인근 터키 아나톨리 반도와 북아프리카 지역에 큰 영향을 주며 서구 문명의 토대를 만들었다. 또한 로마 제국(27 BC~476,1453 AD)의 성립에도 밑거름이 되었으며, 로마인들을 통해 그리스 문화를 전파하게 했다. 이렇게 형성된 그리스 로마 문명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과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걸쳐 언어, 정치, 교육 제도, 철학, 과학, 예술 분야에서 후대에 까지 오래도록 큰 영향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