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속의 '사랑'은 우리 인식세계의 시공간에 흩어져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우리는 이들을 향유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포획되기도 한다. 실체로 알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감각과 인식 작용의 결과로서, 불교에서는 공空(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감각 데이터일 뿐인 허상이다.
노래 속의 '사랑'은 -사람 이름 눈동자 입술 가슴 (대상) -세월 옛날 여름날 가을 밤 (시간) -유리창 가로등 공원 벤치 나뭇잎 (공간)이 가지는 관념적 이미지로 가상적 나의 세계를 구성해 준다.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은 이같은 '가상 세계'를 즐기며 소비하는 일이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 주는 실체는 몸 body이다. 불교에서는 '몸 body' 또한 실체가 아닌 공空으로 보지만, 과학은 인간의 (한시적이지만 일생을 지속하는) 물리적 실체로 본다. 불교와 과학의 차이는 이것 하나 밖에 없다. 2,500년전의 물리적 세계 인식과 오늘의 인식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