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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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낭만 김강만



빈방



나 이제 문을 닫는다. 아쉬움 없는 장사다. 오늘도 떠나가는 사람들. 각 방마다 누운 벗겨진 가죽들. 발바닥에 붙어 흘러들어온 먼지들. 그들에게도 다시 방을 내어준다. 나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늙은 아저씨가 옷을 벗어둘 때, 그녀가 머리를 쓸어 넘길 때, 남자가 말을 하다가 침이 튀어나왔을 때, 내 몸속 깊은 곳에 떨어지는 아름다운 손님들. 사람들은 헐렁하고 투명한 문을 연다. 정해진 체크인 시간도 없이. 한 계단씩 내려갈 때마다 골목골목 열어젖힌 방 문. 오래된 발자국들이 계단을 오르락 내린다. 이별이다. 방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 투명한 창문에 걸린 그림자. 바닥에 널브러진 오랜 흔적이 굳어버렸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가끔은 사각지대를 비추고, 끄지 않은 전등이 깊숙한 복도를 환하게 한다. 언제나 텅 빈 방. 북적이는 지하. 그들이 떠난다. 짐도 싸지 않고, 불도 끄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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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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