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은 너무 길었다

09

by 찐낭만 김강만




그 시간은 너무 길었다



잠에서 깼다, 아무도 없다. 저 멀리 드릴 소리가 멈췄다. 북적이던 발자국이 복도 끝을 돌아 나갔다, 이제서야. 휘어지던 풍경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책장을 넘기듯 뛰어가던 시간이 텅 빈 교실처럼 느릿느릿 걷는다. 휘청거리던 풀과 나무가 제자리로 돌아와 기둥처럼 꼿꼿이 천장을 받친다. 솟아오르던 그네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조금씩 머리맡에서 가깝던 곳이 다시 아득한 천장에 매달리고 이제는 땅바닥이 더 가까워졌다. 코끼리의 불규칙스러운 발자국이 멈췄다. 그 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심장이 다르게 뛴다. 선명했던 사람. 하루도 빠짐없이 휘어지는 세상에서. 일자로 걷던 유일한 사람. 그를 추종했다 밥그릇을 들고 때로는 그의 앞에 던지기도 했는데, 나는 화들짝 놀라 바로 숨어버렸다. 단 한 번의 추월할 용기도 없이, 그의 무대 위에서 균형을 잡지도 못하고 이상한 몸짓으로 무엇인가를 자꾸 지껄이고, 매일같이 밥그릇을 거울처럼 바라보았다. 고여버린 마음이 밥그릇 안에서 발길질을 하다가 기어코 거울이 깨져버린 것이다. 그 시간은 너무 길었다. 불편한 선잠, 몸 곳곳에 멍이 졌다. 꿈속의 한 허리를 베어내니 실속 없는 핏덩어리가 땅에 떨어진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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