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08

by 찐낭만 김강만





이사



종이 박스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일기장처럼 할 말이 많다. 테이프를 붙여야 하는데, 이 집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입들이 이제는 침묵을 해야 한다고, 나는 미러 두었던 일을 한다.


집이 좁아지는 것을 참지 못했던 사람, 아끼는 신발이 낡아서 하나를 더 장만했더니 옛것과 구분하지 못해서 그만, 새 신발을 버렸던 사람, 덕분에 먼지가 쌓이지 않았던 작은 집.


방 안에는 아직도 서서 비를 맞는 추억들이, 인사도 없이 기약도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묵묵히, 박스를 펼치고 그 안에 잡히는 것들을 모조리 삼켜 넣는다, 내가 챙길 것은 오직 하나의 수저와 하나의 밥그릇, 너무 많은 그릇들은 선반에서 떨어지기만 했다. 더 작아진 집으로 간다. 터어엉 빈 거실, 작별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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