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07

by 찐낭만 김강만



피라미드



쓰레기차가 오는 날이면 사람들은

골목으로 나온다


그들은 서로를 모른다

평소에 입고 다니던 흰 가죽을

불투명한 봉지에 버려버리는 바람에

그 일회용적인 화장품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단지

몸집보다 큰 봉지를 지고 나오는 야윈 여자를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골목에 모여

불투명한 봉지를 가위로 터뜨리고

고약한 냄새에 놀라 도망을 간다


얘들아 더러운 곳에서 놀지 말렴

쓰레기차가 봉지들을 싫고 떠나면 그다음 날

나가서 놀아라


밤이 되면 가로등이 켜지고

봉지 속에 추악한 가죽들이 비친다

사람들은 거룩한 잠을 자고

골목은 깨끗하게 치워진다


이웃들은 다시 골목으로 나오고

날마다 봉지가 쌓인다

쓰레기차가 오는 날이면

사람들은 폐수처럼 골목으로 쏟아져 나오고

다시 그 깊고 휘어진 피라미드 속으로 들어간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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