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다가

by 백오

수박을 먹다가 한 조각의 생김새를 유심히 바라본다. 과육 안에 씨가 촘촘이 박혀있다.

씨는 시작이다. 과육은 결실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시작이 붉게 펼쳐진 결실의 세계 위에 촘촘히 박혀있다. 수박에서 시작과 결실은 분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로 어우러진다. 결과만 빼놓으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씨앗만 골라내려 헛된 노력을 하지 말라. 차라리 그냥 한 입에 넣어라. 그래야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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