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왠지 모를 답답함에 무작정 밖으로 나와 걸었어.
고작 서른 살인 내가 어떻게 완벽하게 성숙하고 인생의 진리를 다 알 수 있을까. 어떻게 매 순간 올바르고 완벽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이잖아. 가끔 말실수도 하고, 덜 성숙하게 행동할 때도 있을 수 있어. 그런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했다는 게 속상하고 미안해서 눈물이 나더라.
문득 그런 느낌이 들었어. 내가 세상의 모든 짐과 자책을 짊어지고 있었구나 하고. 그 순간 나는 한없이 작고, 아직 어린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게 됐어. ‘아…’ 하며, 내가 나 자신을 타인처럼 바라본 순간이었지. 타인에게는 늘 자비롭잖아? 나를 작은 한 여자로 보면서, ‘이런 사람이 모든 죄책감을 다 짊어지는 건 너무 힘들겠다’라고 느꼈어.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거 같아.
나는 결점 없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이 보이면 자책했어. 앞으로는 자책 대신 “나는 이렇구나”, “이런 면도 있구나” 하며 완전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여 보려고 해. 남들은 몰라도 내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어야지. “그럴 수 있지”, “나도 사람이잖아. 완벽한 사람은 없어”,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 하면서. 지금의 미숙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완벽하지 못한 나도 나라고 인정해 주는 거야.
오늘 알고리즘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유 - 비밀의 화원’을 틀어주더라. 이런 가사였는지 몰랐어. 마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처럼 느껴져서 울컥했어. 그날은 하루 종일 해가 저물 때까지 그 노래만 들었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