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길
어느날 문득 느껴지는 찬 공기.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푹푹 찌는 날씨였던 것 같은데, 오늘은 어째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든다.
낮 12시, 점심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케케묵은 독서실의 억압된 공기에서 벗어나 맑은 바깥 공기를 들이키니 시원함이 후각을 자극했다. 비가 내릴듯 말듯 먹구름이 조금 낀 날씨에 도로 위 차들이 즐비한 날이었지만 그 상쾌함은 나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시원시원한 공기가 반팔 반바지를 입은 나에게 약간의 추위로 접근해왔다.
피부로 스며들어 뼛속까지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가을의 공기는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뜨거운 여름 공기가 더이상 나를 억압하지 못하고, 찬 가을 공기가 나를 띄어 내가 원하는 어디든지 데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사함이었다. 머리가 상쾌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날씨를 돌려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사무쳤다.
오오, 신이시여.
나는 입 밖으로 소리를 내며 탄식했다. 스며드는 날씨를 다시 맛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감명 받아 신을 불렀다.
무더운 여름에 짓눌려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던 나를 떠올리며 그런 날씨를 나에게 선사한 신을 원망했었건만, 신은 나를 버리지 않고 나에게 내가 잃은 것을 돌려주었다.
그저 시원한 날씨를 돌려받았을 뿐인데, 결막염이 치료되고, 어지럼증이 사라지고, 만성피로, 근육통이 전부 날아가버린 듯했다.
그렇게 신에게 감사하며 나는 그 날씨를 즐겼다.
허나 애석하게도 그 공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먹구름이 가시면서 태양볕은 지반을 가열했고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 지열은 겁화를 일으켜 나를 녹여냈다. 어제나 그제만큼은 아니지만, 허우적거리면 살기 위해 시원한 곳을 찾는 나 자신은 추했다.
그 추함을 숨길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시원한 공간 아래에 있을 때의 나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다시 돌려받은 줄 알았던 것들이, 나에게 사라져버린 저주들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아직 이별의 시기가 아니라며 나에게 달라붙었다.
여름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가을이 빨리 오면 좋겠다.
입추 벌써 했다는데, 왜 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