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김애란
"어딘가 가까스로 도착한 느낌. 중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튕겨진 것도 아니라는 거대한 안도가 밀려왔었다. (중략) …결국 그렇게 도착한 곳이 '여기였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중략) 우리가 이십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 힘들게 뿌리내린 곳이, 비로소 정착했다고 안심한 곳이 허공이었구나 싶었다."
- 김애란 <입동> 32pg -
우리는 살면서 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어려서는 친구 무리라는 원에 들기 위해, 입시를 할 때는 인서울이라는 원에 들기 위해, 취업할 때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집을 살 때에는 서울, 또는 그에 준하는 곳에 자리 잡기 위해. 아마 어른이 되어서, 사회에 나가면 내가 모르는 노력이 훨씬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부 일정한 영역 내에 들기 위해, 누군가는 그 중심에 서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원에 들어갔음에도, 사람은 허공 위에 정착한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세상에서, 원이라는 전쟁터 안은 우리가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자연재해나, 상부 결정에 의한 폭격 때문에 자리 잡을 곳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가 그러했기에, 지금까지 사람들이 그러했기에 똑같은 곳에, 그러나 더 이상 땅이 없는 허공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그러한 생각을 했다. 열심히 노력하던 사람도, 집을 한 채 사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이, 사고로 인해 아이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을 맞이해 버린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려는 생각을 어찌 안 해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왜 인류는 이토록 발전했음에도 그런 일이 발생하는가. 동물과 달리 이성이 있기에 휘황찬란한 사회를 건설해 온 인류는,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지어낸 곳에서 허공에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류가 지금껏 쌓아 올린 것은 모래성이라는 사실에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슬퍼하는 부모의 등을 토닥이는 아이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을 위로하고, 어쩌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