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전쟁과 잊지 않아야 할 전쟁

<신짜오, 신짜오> 최은영 단편소설

by ARU Tris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어요." 나는 그 말을 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 엄마 아빠를 쳐다봤다. (중략) "정말이에요. 우린 정말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요." 내가 말했다. 한국은 선한 나라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었고, 어른들의 대화에 자연스레 참여해서 칭찬받고 싶었다.'

<신짜오, 신짜오> 78 페이지.


전쟁이라는 것은 매우 끔찍한 비극의 집합이다. 이 비극이 이룬 핏물은 강을 이루어 다음 세대로도 흐른다. 서로에 대한 미움과 슬픔,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전쟁터에서 벗어나,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후대들을 괴롭힌다. 이는 편견으로, 고정관념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며 좁히기 어려운 간극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전쟁이 온전히 기억되는 것 또한 아니다. 전쟁은 동시에 잊혀진다. 누군가에게는 복수심이 남아있을 지 몰라도, 그 다음 후대가 그 마음을 온전히 가지고 간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전쟁에서 집으로 가지고 돌아온 것이 치부와 후회라면, 그것들은 후대에게 쉽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전쟁은 한 쪽 면에서 기억되고, 다른 면에서 잊혀진다.

소설 <신짜오, 신짜오>에서 주인공은 전쟁의 일부를 잊은 후대이다. 대한민국은 베트남 전쟁이 자랑스럽지 않다. 특히 그 전쟁터에 나가게 된 군인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에 의해 차출되어 가게 된 전쟁터에서 일으킨 학살은 그들에게 치부일 것이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고한 이들을 죽이게 되고,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들이 겪었을 후회와 슬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슬픔을 자신의 대에서 끊어내기 위해 홀로 안고 죽는다. 그리하여 베트남 전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한국인이 탄생하게 된다.

반대로 소설 속 투이는 베트남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후대이다. 그들은 피해자이고, 온전히 피해자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복수심이 있고, 후대가 기억해야 할 슬픔이 있다. 그렇기에 투이는 전쟁을 기억한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전쟁의 피해가 후대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작가가 소설의 시점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과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어요."라는 말을 통해서 전쟁의 이면을 전부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전쟁의 일부를 잊은 후대의 시점으로, 전쟁을 잊지 못한 후대의 슬픔을 바라봄으로써 전쟁이 후대에게 남겨지는 2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보여주며, 그 비극은 서로 이해하기 어렵고 거대한 벽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잊힌 전쟁이고, 누군가에게는 잊지 않아야 할, 그럼에도 천천히 잊혀지는 전쟁을 보여주려 한 듯하다.

전쟁은 잊지 말아야 하면서도, 그것을 잊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전쟁을 겪었고, 전쟁의 피해를 겪지 않은 나라는 없다. 어쩌면 인간들은 전쟁 그 자체에 대항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할 지도 모르겠다. 국가에겐 전쟁은 수단이지만, 인간에게 전쟁은 그저 재앙일 뿐이다. 사람이 더 우선시 되는 세상이 꼭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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