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관계가 삐거덕거린다면, 혹시 ‘관태기’인지 확인해 보세요.
‘관태기’: 관태와 권태기를 합한 말
‘권태’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
우리 엄마는 맨날 아파서 누워 있어요.
우리 아빠는 맨날 저리 가라고 해요.
‘마음의 산후조리’를 하지 못하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쉽게 ‘권태로움'을 느끼고 '관태기'에 빠집니다.
https://brunch.co.kr/@459430a354354ac/35
엄마도 아빠도 부모가 되기 위해 심리적 여유를 충분히 마련해두지 않으면, ‘좋아서’가 아니라 ‘억지로’ 아이를 키우게 되니까요.
그래도 나를 닮은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워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언젠가부터 아이의 요구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기 싫어집니다.
엄마와 아빠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는 아이는 더 많은 짜증과 더 무리한 요구로 엄마와 아빠를 지치게 합니다.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며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예전보다 많이 안아주지 않고 건네는 말도 적어졌으며, 아이가 재밌다고 웃어 보여도 간신히 고개만 끄덕이거나, 장난감을 잔뜩 꺼내주고 혼자 놀게만 한다면, ‘관태기’가 맞습니다.
주변의 엄마들에게 아이를 낳고 나서 어떤 점이 힘든지 물으면,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느라 사회에서 단절돼 '나만 혼자인 것 같은 고립감'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 즉 혼자서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 맛있는 밥이라도 먹으며 육아라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나의 욕구를 억누르고만 있으면 마음이 닳고 해져 없어질 지경이 되는 거죠.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존 볼비'에 대해서는 익히 아실 겁니다.
우리는 볼비가 부모와 자녀의 '안정적 애착'을 강조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러한 안정적 애착이 형성되기 위해, 양육을 하는 엄마나 아빠를 돌봐 줄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볼비는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가 소진되지 않기 위해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부모도 양육 과정에서 힘들고 지칠 때, 위로받고 회복하기 위해선
‘지지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양육의 무게를 혼자서만 감당하면 당연히 아이의 욕구에 적절하게 반응하기 힘들고, 그러면 아이와 '안정 애착'을 이루지 못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돌봄을 받은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니까요.
부모가 되었다고 누군가로부터 돌봄은 받지 않고, 아이만을 돌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는 자신과 아이, 모두를 돌보지 못합니다.
고된 양육 과정에서 나를 돌봐주는 '조력자'가 있었나요?
그 사람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양육의 부담과 신체적 피로를 해소했나요?
남들처럼 돌봄과 휴식과 여가가 필요한 똑같은 사람이죠.
부모가 되었다고 없던 힘이 솟아나고 몰랐던 지식을 알게 돼 불가능한 일을 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부모도 그저 '하루하루' 노력할 뿐입니다.
그러니 아이와의 사이에서 '관태기'를 겪는다 해도, 죄책감과 수치심에게 마음을 넘겨주지 마세요.
위기인 걸 알았다면, 적절히 대처하면 됩니다.
'관태기'가 아이와의 나쁜 관계인 ‘Bad Fit’의 경고등인 건 맞지만,
앞으로 우리는 아이와의 행복한 사이를 가로막는 다양한 요인과 대안을 살펴보며,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디딤돌을 찾을 테니까요.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