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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육진심 Feb 29. 2024

아이의 ‘자존감’은 ‘관존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이와 행복한 사이가 되고 싶다면, '관계존중감'을 키워주세요.

'관존감'을 아시나요?

‘관존감’, 즉 관계존중감은 제가 만든 용어인데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없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규칙만 적용하면, 절대 'Good Fit(잘 맞는 좋은 관계)'을 이룰 수 없다는 성찰에서 탄생한 개념입니다. 


'관계존중감'이란

자신이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진정한 정서적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관계존중감'을 건강하게 수립하면, 이를 통해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는 자존감도 향상됩니다. 

물론, 자존감이 바로 서야 올바른 관존감도 가질 수 있겠지요. 


‘거울자아’에 대해 설명할 때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인식하고 이해합니다. 

그런데 타인을 신뢰하지 않고 감정과 생각을 나누지 못하면, 나를 비출 거울이 부재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춰 줄 거울이 없으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사실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다 존중할 순 없습니다. 

무례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나를 조종하려는 사람에게 ‘관존감’이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어
삶이 주는 선물 같은 관계를 잘 지켜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다면,
둘 사이에 ‘관존감’이 잘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나와 아이 모두 ‘관계존중감’을 잘 발달시키고 있나요?


그렇다면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사람과의 진실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도 마음 바닥에 잘 펴놓았을 테고요. 


부모와 자녀가 ‘관존감’이 발달하지 않으면, ‘Bad Fit(잘 맞지 않는 나쁜 관계)’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를 존중하지 않는 다섯 가지 증거들' 


첫째, 부모가 자신의 문제를 아이의 문제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때


내 문제가 네 문제보다 중요해!

아이의 문제에 관해서는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피상적인 답변만 주면서, 나의 문제는 반복적으로 말하며 아이가 경청하기를 원한다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관존감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아빠가 말하잖아. 잘 들어.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만 쏟아내는 부모 앞에서 아이는 부모가 나보다 부모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믿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자신을 사랑해 줄 대상에게 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그 이하가 된다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점점 축소시켜 가겠죠. 



둘째, 아이가 부모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기를 원할 때


내 감정은 네 감정이야.

 “너는 내 자식이니까, 내가 어떤 심정인지 알겠지?”


어린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알아주길 원하면서, 만약 아이가 부모의 감정을 모르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부모가 화를 낸다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관존감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상호적으로 서로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의 정서에 융합되어 부모가 느끼는 정서를 그대로 경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많은데, 아이가 어떻게 내 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요?


마치 연리지처럼 아이와 융합되길 원하고 있다면, 아이와의 사이에서 분명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셋째, 아이가 거절하는 것을 부모가 용납하지 못할 때


내 말을 거절한다는 건 배신이야.

“네. 알겠어요.”

아이는 부모의 말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거절할 때마다 부모가 보이는 좌절과 실망, 나아가 분노까지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을 잃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따르다 보니, 아이가 가진 영혼의 생동감과 창조력은 생명력을 잃고 시들해집니다. 


아이가 “Yes.”라고 말할 때 기분이 좋아지나요?

혹시 ‘No.’라는 말이 나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체를 거부한다고 느껴지세요?


누구에게나 “아니오.”라고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거절을 연습하지 못한 아이는 관존감이 발달하지 않아 타인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채, 누구한테나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넷째, 부모가 아이보다 자신이 더 관심받기를 바랄 때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나의 것!

관계존중감이 부족한 부모는 자녀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보다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아버지가 많은 줄 알아? 너 로또 맞은 거야. 안 그래?”


사람들이 아이의 능력과 성과를 칭찬해도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질투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부모가 있냐고요? 네. 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아이를 ‘대상화’하는 부모도 존재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의심이 든다면, 아이와의 관계를 정말 존중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섯째,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과소평가할 때


내가 하면 정상이고, 네가 하면 오버지.

“별것도 아닌 일에 왜 그래?”


관계에 대한 존중감이 적은 부모는 아이가 겪은 일에 공감하지 못하고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합니다. 


아이에게는 심각한 문제인데, 부모는 ‘인생은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해서 아이가 부모의 기준에 따라 자신의 삶을 평가하게 만들죠. 


부모에게 자신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받은 아이는 스스로를 불신하고 비난하며 조롱하게 됩니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관계존중감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고립됩니다. 




세계적으로 '외로움'이라는 고질병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전담 국제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사회적 고립이 흡연, 과도한 음주, 신체적 비활동, 비만, 대기 오염 등 다양한 건강 위험 요소들과 동등하거나 더 큰 조기 사망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불안과 우울증을 키우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3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WHO의 머시 의무 총감은 “외로움이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이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라고 말했습니다(이윤정, 2023. 11. 17. 경향신문.).


인간관계가 지나치게 결핍되면 외로움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질병이 생기고 수명까지 단축된다는 겁니다. 

인간관계는 행복만이 아니라 개인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거죠. 

따라서 부모와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는 '건강한 관계'가 필수조건이고, '좋은 관계'를 이루기 위해 '관존감'을 키워야 합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외로움', 왜 확산되는 걸까요?


인간의 행동은 전염되니까요. 

'행동 전염(Behavioral contagion)’이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특정 행동이 옮겨지는 것을 뜻하는데, 인간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조율하고 모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나면 어떤 행동을 하나요?


요즘은 주문 후 각자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는데, 이것이 바로 '행동 전염'입니다.  한 사람이 휴대폰을 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관찰과 모방이 발생해서 모두 휴대폰을 보게 되죠. 

그러한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상관없이 행동 전염은 일어납니다. 


부모가 고립된 생활을 하면, 아이에게도 그러한 행동이 전염됩니다. 

부모와 내가 정서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관계라고 생각되지 않으니 아이도 외롭고 고독한 거죠. 


부모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존중하지 않고 외로움에 갇히게 되면, 
그러한 행동이 아이에게 전염되어 아이도 '관존감'을 키우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이도 부모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죠.

다시 말해, 내가 아이에게 한 행동이 나한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겁니다. 


나의 외로움과 슬픔과 두려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테니까요. 


오늘 나는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전염시켰나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아이와의 관계를 존중하는 ‘관존감’의 힘을 키워보세요. 


'관존감'을 가진 아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존중하고 아끼게 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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