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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육진심 Mar 02. 2024

부모에게도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해요.

아이와의 'Good Fit(잘 맞는 좋은 관계)'의 의 비밀

일요일 저녁 아이들이 잠든 후, 

엄마는 다음 주 아이의 학원 일정과 준비물, 취미 활동과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모임을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아빠는 자기 전까지 바이어 미팅과 회식, 운동 모임 등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생각합니다.   

   

하루에 얼마나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지세요?     


혹시 쉬지 않고 뇌를 풀가동하고 있다면, 아이와의 ‘Good Fit(잘 맞는 좋은 관계)’을 위해, 잠시 멈추고 이 글을 읽어주세요. 


스위스의 프리드리히 미셔 생명의학연구소의 해리 박사팀은 쥐를 대상으로 ‘멍하니 있는 상태인 뇌의 디폴트 모드’에 대해 연구했는데요. 

    

우리가 멍 때리는 시간에 뇌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때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과부하 된 뇌를 '기본 상태'로 돌리기 위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즉, 우리가 멍하니 있을 때, 뇌가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자료와 정보를 정리하며 기억할 것은 기억하고 소거할 것은 소거하며, 안정된 상태를 만드는 거죠. 

뇌는 멍 때리기를 통해 기본 상태로 복구됩니다. 

과부하 된 뇌를 ‘기본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디폴트 모드’인데, 이를 위해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부모의 뇌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양육 및 교육적 지원을 하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니까요.   

   

그런데 아이와 자주 갈등이 생기거나 삶에 난해한 문제들이 쌓이면, 부모의 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힘을 총동원하며 애를 씁니다.    

  

뇌를 많이 쓰면, 더 똑똑해질 거라고요?     


함부르크대학교 브라센 교수 연구팀은 25세 전후의 청년 21명, 건강한 고령자 20명, 우울증 상태의 고령자 20명에게 비디오 게임을 하게 했습니다. 

화면에 있는 상자를 차례대로 여는 게임인데, 황금이나 악마가 튀어나옵니다.

황금이 나오면 상금이 늘어나지만, 악마가 나오면 게임이 끝나면서 그동안 획득한 상금이 모두 사라집니다. 


따라서 상자에서 악마가 나오기 전에 게임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죠. 

게임을 종료하겠다고 말하면, 나머지 상자를 열어서 황금과 악마가 어디에 들어있는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게임을 80차례 반복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 결과 평범한 청년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고령자는 비슷한 선택을 했습니다. 

많은 황금을 얻을 기회를 놓치면 억울해했고, 다음 게임에서 큰 위험을 감수하며 스트레스를 받았죠. 

하지만 우울증을 앓지 않는 건강한 고령자는 게임 결과에 따라 행동을 바꾸지 않고 일관성 있게 게임을 했습니다.

부모가 우울할수록 '포기하는 능력'을 갖지 못합니다. 

               

연구팀은 ‘건강한 고령자’는 우울증에 걸린 고령자에 비해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포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일에 집착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자 고집하면 같은 연령이라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멍 때리기'와 '포기하는 능력'을 기억하세요. 


부모가 마음과 몸의 시선을 아이로부터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뇌가 원래의 상태를 복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야 다시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부모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거죠.    


만약 그렇지 않고 뇌를 계속해서 과도하게 기능하게 하면, 지능이 높이지는 것이 아니라 뇌의 해마가 지나치게 활동해서 오히려 인지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멍하니 생각을 멈추거나 잠을 자는 등 뇌를 기본 상태로 돌리기 위한 스스로를 돌보는 자조 능력을 발휘하죠. 

그런데 부모는 그조차도 사치라 여기고 쉴 새 없이 뇌에게 일을 시킵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포기할 부분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붙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고집을 부리게 되면, 부모도 아이도 우울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때 건강한 부모라면 '포기하는 능력'을 발휘해서 현재의 문제에서 빠져나와 잠시 멍 때리면서, 과도하게 활동하는 상태에서 안정적인 기본 상태로 뇌를 전환시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덜 느끼겠죠. 

      

우리는 여러 실험들을 통해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놓아주고 포기하는 것’이 아이와 긍정적인 관계를 수립하는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됩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멍 때리는 시간을 갖으며 내가 당장 할 수 없는 부분을 잠시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는 힘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요?     


때로는 '독촉과 압박'보다 '포기와 인정'이
아이와의 사이를 한결 수월하게 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사진출처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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