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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육진심 Apr 15. 2024

세상을 떠나기 전,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할까요?

아이와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영화 ‘아들에게’가 답하다.


오늘은 실화에 기반한 아르헨티나 영화 ‘아들에게’를 통해, 부모인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할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게요.



이것은 내 마지막이자 가장 큰 소망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엄마 마리아가 꼬마 토미를 위해 쓴 책이다.
토미가 이 책이 자기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자기 이야기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
책을 다 쓰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리아는 난소암에 걸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수술도 항암치료도 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된 상태죠.


그녀는 남편에게 수제 노트 한 권을 사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제 3살인 아들 토미에게 남길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요.



엄마와 보낸 시간은 고작 3년뿐,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할까요?


토미가 엄마와 보낸 시간은 고작 3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 동안 아이는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깨닫게 되죠.


위니콧은 충분히 좋은 엄마는 아이의 연약함을 알고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좋은 엄마에게 안긴 아이는 엄마의 얼굴에 비친 자기 모습을 통해 ‘나’를 인식해 간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간다는 겁니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울고 보채도 미소를 지으며 아이가 편안해지도록 잘 달래주는 부모의 얼굴을 보면, 아이는 '우리 엄마, 아빠는 좋은 사람이구나. 엄마, 아빠가 좋은 사람이면 나도 좋은 사람이겠지?'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거죠.


이렇게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반영’해주면, 아이는 어려서부터 건강한 '자아감각'을 형성하죠.


토미가 엄마와 보낸 시간은 너무나 짧습니다. 3년 정도에 불과하죠.

하지만 엄마와 30년을 보내도 건강한 자아감각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불평하고 의심하며 심지어 자기에게 위해를 가하는 시도를 하기도 하죠.


중요한 건, 부모와 보낸 시간의 양보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입니다.



부모와 함께 보낸 시간의 양보다 어떤 관계를 경험했느냐가 관건인 거죠.


왜냐면 , 아이가 맺는 최초의 인간관계인 부모자녀관계는
아이가 세상에서 맺어갈 모든 관계의 틀이 되니까요.


마리아는 토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기 시작합니다.


먹을 것 사러 돌아다니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산책을 하고
네가 떼 부리고 걷기 싫다고 했던 일까지 모두 그리워.
그런 일들이 엄마 인생에서는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어.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나의 자녀는 어떤 순간들을 떠올릴까요?


아이가 부모와의 기억을 회상할 때, 어떤 순간들이 의식으로 떠오를까요?


아마 아빠와 엄마가 레고랜드나 디즈니랜드에 데리고 간 것보다,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꼭 껴안아 주며 사랑한다고 말했던 장면이 생각나지 않을까요?


그 순간에 느껴진 '부드러운 손길과 따뜻한 체온, 향긋한 엄마 냄새... '

이런 것들은 오랫동안 뇌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기 마련이죠.


우리의 마음에는 손가락처럼 지문이 있는데요. 이것을 '심리적 지문'이라고 합니다.


신체의 지문처럼 '심리적 지문'도 사람마다 모두 형태가 다르죠.


프로이트는 생애 초기에 중요한 사람과 가졌던 상호 관계의 양상이 '심리적 지도'에 흔적처럼 남아 개인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삶의 초기에 부모 혹은 중요한 사람과의 고통스럽고 슬픈 기억이나 즐겁고 행복한 경험들이 모여 아이의 '심리적 지문'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마리아는 짧은 시간이라도 토미의 마음속 지문이 삐뚤빼뚤 왜곡되지 않고 건강하게 그려지도록 돕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기력도 사라지네요.

그래도 아들을 위한 책을 쓰는 일을 멈출 순 없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마리아는 아들이 이런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엄마가 너한테 제일 바라는 것은 살면서 이런 사랑을 만나는 거야.
특별하고 열렬하며 격정적인 유일무이하고 사랑스러운 사랑.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아이에겐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무한한 시간을 소유한 것처럼 지내지만, 사실 마리아에게 닥친 일은 언제든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남겨줄 유산을 미리 준비해야 하죠.


매슬로는 살아가며 사랑과 인기를 잃는 순간에도 잘 견뎌 낼 수 있는 힘은 부모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이의 '안전과 사랑, 소속감과 존경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 때 형성된다고 주장합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충분히 사랑과 관심, 존중을 받고 안전함과 소속감을 느낀 아이는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이런 것들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절교를 선언할 때, 나의 잘못이 없는데도 그 친구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매달리지 않고, 말 그대로 쿨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며 혼자서도 괜찮은 건강하고 자율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거죠.


부모가 아이에게 남겨줘야 할 유산은 이런 게 아닐까요?



이제 남편은 아내의 죽음을 준비하고, 친구들은 마리아의 유언을 기록하며 송별식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죠,


마리아는 아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한 후, 사랑하는 아들을 끌어안고 잠이 듭니다.


세상에서 영원한 한 가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진실된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단다.
아이스크림도, 영화도, 나쁜 일도, 좋은 일도, 나뭇잎도 엄마도.
그래도 엄마는 네 맘 속에 있을 거야.
네가 여기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갈 때까지.
그러니 아무것도 죽지 않아. 어떤 것은 항상 지속된단다.

뭐든 네가 원하는 걸 해.
그리고 가끔 엄마를 생각해 줘.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지만 아주 오래 지속되는 '단 한 가지', 아들에 대한 사랑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엄마는 말합니다.


아들러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그에 대한 느낌이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죠.


마치 ‘아늑한 방’처럼 삶의 초기의 경험을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간직하고 있는 아이는 긍정적인 ‘초기 기억’으로 인해 인생에서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마음에 저장된 ‘아늑한 방’으로 가서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의 인생에 부모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라며 양육가설을 반박한 해리스조차 그녀의 저서에서 ‘부모와 자녀의 유대는 평생 지속된다.’고 말합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마음에 어떤 방을 만들어 놓고 있나요?

어둡고 냉기가 가득 차 있는, 사랑스러운 인형 하나 없는 방은 아닌가요?


그렇다면 나의 아이의 ‘마음속 방’은 어떤 모습일까요?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항상 지속됩니다.


단 몇십 년이라는 유한한 삶에서 우리는 부모와 자식으로 만났습니다.

다른 부모나 자녀를 만날 수도 있었지만, 운명처럼 가족이 되었죠.

하지만 만남을 예측하지 못했듯 이별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멋지고 아름다운 이별을 늘 준비해야 합니다.


부모가 떠나고 자녀만 세상에 남았을 때, 자녀가 휘청거리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아줄 사랑과 관심이 듬뿍 담긴 ‘소중한 관계“를 남겨주고 가야 하죠.


그래서 숨이 차오를 정도로 힘이 들 때마다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희망을 놓지 않고 미소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묻습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유산으로 남겨줘야 할까요?


영화 '아들에게'가 답합니다.



부모와 함께 한 시간이 비록 짧을지라도 특별하고 소중하다 느껴지면,
아이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많은 걸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바라는 것, 그리고 마리아의 말처럼, 아주 오래 지속될 부모와의 아름다운 관계를 남겨주세요.
그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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