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실수를 허용하는 자기자비를 연습합니다.
불국사 비로전에서 만난 '지혜로운 깨달음'의 손짓
경주 불국사 비로전에서 비로자나불을 마주했습니다. 모든 부처님 가운데 가장 높은 부처님을 모신 법당에서, 저는 평소 보던 부처님의 모습과는 다른 손 모양, '지권인(智拳印)'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지권인의 의미를 담은 설명을 읽는 순간, 마음에 깊이 와닿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지권인이란 '일체의 무명 번뇌를 없애고 부처의 지혜를 얻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부처와 중생은 같은 것이고, 미혹함과 깨달음도 본래는 하나'라는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위의 문장에서 '미혹함과 깨달음이 본래 하나'라는 구절은 불교라는 종교를 넘어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저 자신을 무척 자책하는 편이라 실수를 참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미혹함', 즉 어리석음을 직면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기에, 사실 많이 회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실수 없이 어리석음 없이 무엇인가를 배우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실수와 어리석었던 상황을 겪고 나서 스스로 더 크게 깨달았던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저에게 가장 크게 부족했던 것은 '자기 자비(self-compassion)'였습니다.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것이 더 크다"라고 스스로에게 반복해 말해 줄 수 있는
자기 자비의 중요성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경주 불국사 방문은 제게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것을 넘어, 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로자나불의 지권인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미혹함 속에서도 진정한 깨달음이 있음을 다시금 마음에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