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동
요즘의 나는 종종 멍해집니다.
특별히 슬픈 것도 아닌데,
특별히 기쁜 것도 아닌데,
그저 잠깐씩 마음이 멀리 떠나 있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게 됩니다.
당신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겁니다.
내일 있을 시험을 위해 한 줄의 글자를 붙잡고,
한 장의 문제를 넘기며 조용히 시간을 버티고 있을 겁니다.
나는 그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아도 어쩐지 알 것 같습니다.
연필을 잠깐 내려놓고 눈을 비비는 순간도,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모습도
내 마음 어딘가에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신에게 긴 말을 하지 않습니다.
괜히 전화를 걸어 집중하던 마음을 흔들고 싶지 않았고, 괜히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 당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빼앗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나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이라고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랑은 가끔은 한 발짝 떨어져
조용히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가끔 당신이 조금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예전에는 하루의 사소한 일까지 나에게 먼저 들려주던 사람이 지금은 짧은 메시지 하나로 하루를 대신할 때가 있습니다.
그 짧은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나는 이해하면서도 조금 조용해집니다.
섭섭하다기보다는,
어쩐지 마음이 물속에 잠긴 것처럼
소리가 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가끔 멍해집니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문득 당신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잠깐 멈춰 서 있는 사람처럼 됩니다.
하지만 그 멍한 시간 속에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완전히 외롭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나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은 그저 당신의 길을 지나가는 중이라는 것을.
어쩌면 사랑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보다
서로 다른 길을 잠시 걷는 시간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늘도 당신에게 긴 말을 보내지 않습니다.
대신 짧은 문장 하나를 남깁니다.
그 문장을 보내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 지금은 그것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도 있지만, 이런 사랑도 있는 거라며 오늘의 한 페이지도 넘겨봅니다.
당신이 책장을 넘기는 밤 동안,
나는 여기서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아주 작은 속삭임 하나를 마음 깊은 곳에서 보냅니다.
부디 오늘의 노력들이
당신의 내일을 조금 환하게 비춰주기를.
나는 그 빛이 당신을 지나 언젠가 다시
내 쪽에도 닿을 거라고 조용히 믿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