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삶의 동반자가 된 주사기
선고처럼 떨어진 진단이었다.
마치 날벼락과 같았다. 20대 초반의 나는 병원 침대 위에서 눈앞이 캄캄해져 펑펑 울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다니. 스스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도 낯설기만 한 일인데, 아직 대학생이던 나는 사람들과 함께 뭔가 먹을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큰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화장실에 가서 맞아야 하나? 그때마다 핑계는 어떻게 대지? 만약 들킨다면? 이상한 오해라도 받는 것 아닌가?
뭔가를 먹는다는 것은 말그대로 먹는 것일 뿐이었다. 먹기 위해 뭔가를 행해야 할 과정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뭔가를 먹을 때마다 주사를 맞아야만 한단다. 이따금 병원에 가서 맞던 주사의 주삿바늘도 무서워했는데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서 1번, 그리고 밥을 먹을 때마다(당시엔 3끼 기준으로 계산했으므로 3번) 맞아야 한다니, 믿고싶지 않았다. 심지어 평생이라고 했다. 평생이라는 말에 눈물의 양이 더 많아졌다. 옆자리 침대의 아주머니가 위로해주던 목소리가 내 울음소리에 묻혀 흐릿하게 들려왔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여느 대학생들이 그렇듯 다양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실패를 반복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다이어트의 특성상 그것에 집착하면할수록 더더욱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기에 나의 체중 감량은 요원한 일이었다. 날렵한 체형을 가졌던 청소년 때와는 달리 통통한 체형이 되자, 주변 어른들은 '살을 빼라'라는 기조가 담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충격이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잠시의 감량은 있을지언정 다시 체중은 복귀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아무런 노력 없이 체중이 감량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