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동물농장, 사진

by Josh

경기도 외곽의 요즘 꽤나 생겨나는 조그마한 체험 동물농장에 갔다. S가 내 인간성이 고갈되어 나쁜짓 따위 안하는 동물들을 보라는 충고에 의해서다. 이전에 다녀온 곳들과는 보다 외각지고 길이 험한 곳에 있는데다가 새로 영업한 곳이어서 사람들은 없었고 그래서 그곳의 산양, 알파카, 토끼, 포니는 내가 들고 있는 먹이에 더욱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알파카는 침 뱉는 것이 싫었고, 산양은 많이 울어대는 만큼 먹이를 주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뜻하지 않게 흔해빠진 토끼장에서였다. 토끼를 좋아하는 직장선배가 좋아할 만한 귀여운 개체들이어서 그를 위한 사진을 몇장 찍고 당근스틱을 주다보니 조그만 검은 얼룩의 토끼는 덩치가 큰 여러가지 색깔의 토끼들에게 밀리고, 주의를 기울여 큰 토끼들이 방심하는 때를 타서 작은 토끼의 입 속에 당근스틱을 주어도 한입 먹기도 전에 바로 다른 토끼들에게 뺏겨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걸 보고 나는 서글퍼졌다. 내가 영장류들과 살면서 질리도록 봐온 것을 산속 깊숙이 자청하고 들어와 입장료와 먹잇값을 주고서도 보아야 하는 것은 우울한 일이었다. 한편으론 사람 없는 이 곳에 이 작은 동물들에게 유일하게 내 시급으로 넘치게 살 수 있는 당근을 줄 수 있는 내가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된것 같은 오만한 감정도 들었다. 당근을 사와 주의깊게 양 팔에 당근을 쥐고, 오른쪽으로 덩치 큰 토끼들을 유인하고, 작은 토끼에게 주의깊게 당근을 물려주었다. 그것은 의외로 꽤 주의를 요하고, 시간이 드는 일이어서 목표에 근접한 당근을 작은 검은얼룩의 토끼에 입속에 들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자리를 떴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사진이 발명되고 직후 일부의 사람들은 사진에 본인들의 영혼이 들어간다고 겁을 내어 사진찍기를 거부했는데, 나는 그런 이유는 아니고 찍어도 잘 보지 않아서다. 기억은 모쪼록이 남아 내면의 심상에 있어 과거의 근사하고 비싼 음식이나 유명 관광지에 간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족하고, 누구에게 과시할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본질을 편집증적으로 좇는 내 무의식에서 그 빛을 순간 잡아내 인쇄하는 걸 취급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각설하고, 나는 그렇기에 늘 잘 훈련된 개처럼 참을성있게 상대방의 사진을 만족스러울때까지 찍고, 먹으랄 때 먹는다.

작가의 이전글(에세이)무단횡단, 의심,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