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잡생각

by Josh

ADX 플로렌스 교도소의 악명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인간과의 상호작용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는 지옥으로 만드는 데에 있는데, 시어도어 카친스키 같은 사람에게는 이게 그저 통 속의 뇌와 같은 것일 뿐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소로우처럼 야생에서 혼자 자급자족하며 야인처럼 살면서 사제폭탄을 만들어 공격할 때보다도 식사는 제때 나오고 야생의 위험도 없고 책과 서신교환이 가능한 그 백색 감옥이나 그의 입장에선 별다른 차이도 없지 않았을까. 나도 꽤나 장시간을 조깅하면서 일종의 통 속의 뇌 상태와 유사한 맛을 가끔 보는데, 나쁘지 않은 상태다. 가끔은 재밌는 생각이나 기발한 생각도 나오고 그 상태가 아니라면 항상 외부 자극과 현실에서 수행해내야 할 일들로 나의 사유가 방해 받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일은 위선적이고 대체가능하고 필수적이지 않는 눈치우기 정도로 정의하면 될까. 애초부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인이상 의욕도 없었고 그에 따르는 한정된 인지력과 에너지로 기적적으로 지금까지도 온전히 잘 기능하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해할 정도다. 그건 내 의지력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 의지력을 꽤나 높게 평가해서, 무언가를 주먹을 꽉 쥐고 죽으면 그걸 꺼내기 위해 아무리 힘을 써도 열리지 않아 결국 그걸 거내기 위해서는 아마 쇠톱질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 의지력으로 전혀 의미도 의지도 없는 일을 일주일에 40시간씩 꾸역꾸역 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주 성실한 동료들에게 짖궂게 묻고 있다. 당신이 속한 조직이 만약 나치 정부라면 지금의 착실한 당신은 변함없이 어떠한 의문이 없이 유대인 물색과 조직적 학살도 이렇게 성실히 임할 것이냐, 당신이 속한 조직이 NKVD 같은 곳이었다면 반동들을 집요하고 부지런하게 찾아내서 고문하고 가족들을 추적해서 말살하는 것에 유념할 것이냐 같은 질문. 반응을 보면 결국에 그들은 그렇게 할 것 같다. 악의 평범성. 모옌의 개구리를 읽고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1인1자녀라는 당의 교시를 완벽하고 결점없고 오차없이 해내기 위해 낙태를 시키고 불임수술을 하는 모범적인 동무들. 아, 중국소설을 읽으면 항상 농향이 진하게 나는 구수한 백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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