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에게 고함과 분노를 박싱데이 선물로 주었다. 아마 그녀는 읽기 조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책도 다 읽어준다면 2월의 출장에 성도 바티칸에 들러 성물을 잔뜩 사서 상으로 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뻐하면서 덧붙이기를 직전에 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와 네가 정말 같다고, 네가 직접 쓴 이야기 아니냐고 감탄하면서 읽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콜필드라고 말했지 않냐고 대답했다. 내가 겪은 바 좋은 사람에게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준다는 건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썩 좋은 사람이다.
골막한 한직의 부서는 내년 하반기 정기 인사까지 그대로이고 아마도 그녀와 함께하겠지. 팀원들은 나와 같이있고 싶다고 인사과에 남게 해달라는 쪽지까지 써서 담당자가 당혹스러워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주 솔직한 말로 그 말과 실제로 행한 것이 나한테 썩 기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나름의 진심을 다해 이들을 해왔던 것처럼 파수해야지, 그리고 그 때가 은근히 정의 델타량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 적어도 내가 다 때려치고 나만의 토굴 속으로 들어갈만한 최소한의 여유를 살 만한 물질을 오로지 내 스스로 달성할 때까지는, 여기서 나는 좀더 굴러가는 머리로 일을 쉽게 만들어주고 핍박으로부터 구제해주고 조금 더 박학하게 아는 지식으로 돈을 벌게 해 주고 그녀에게는 디오메데스의 식인 말을 생포했다는 영예를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진솔하게 나는 지금 이 때를 언젠가는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구약성서는 유대인이 수천년에 쌓아올린 역사기록과 그들의 꿈과 희망과 정당화와 선민의식과 왜곡의 기록이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약성서는 짧은 기간 불특정 다수가 몰래 기록한 것들을 광야의 동굴들에서 찾아내거나 비밀스럽게 전해져 오는 것을 꺼내서 교차검증을하고 위경들을 나름의 철저한 방법으로 배제해낸 것인데, 신을 믿고 싶지망 유물론적 관성과 편의를 이용하는 불가지론자인 나에게 있어 그 존재와 그것이 담고 있는 것은 신의 존재에 대한 정말 강력한 증거자료로 여겨진다.
박살내는 패러다임들이 몇개인가. 그것이 일개 인간이나 인간 집단의 상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진리들인가. 약자와 강자를 반전시키고 거지같은 상황을 메타적으로 전환시키고 진리를 해방으로 연결시키고 사랑을 그저 격정적인 감정에서 인내하고 오만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니고 무례하지 않고 온유한 상태적인 개념으로 표변하는 게 2천년 전 수십년 세월동안 팔레스타인 지역 한줌 인간들의 지혜로 정립될 수 있을까. 아브라함 계열 종교 뿐만이 아니다. 부처도 마찬가지다. 통 속의 뇌. 모든 것은 공하다. 허무한 거다. 마음은 사라지고 혼은 고요해지고 모든 것은 그저 있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과 느끼는 것도 공하니 거기에 움직이는 나는 공허하다. 이게 통속의 뇌 아닌가. 나자렛 예수든 부처든 궁극적으로는 어떤 게 그 뒤에 있으려나. 지구 장난감 표본을 갖고 노는 외계인일 수도 있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