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르페타를 찬양하라. 이것만큼 미덕만으로 이루어진 다른 것을 찾아볼 수 없다. 먼저 요리사에게는 대단한 영예다. 자신의 요리가 바닥을 핥아 먹는 것처럼(오히려 더 우아한 방식으로) 빵조각을 이용해 불결하지도 않은 방식으로 이 세상에 티끌만이라도 남겨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는 찬양이라니. 설거지 하는 사람에게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른 사람이 먹은 식기를 씻는 고단하고 다소 역겨울 수 있는 일에 있어서 씻어야 할 것의 액체를 건조한 빵이 빨아간 데다가 잔잔바리 부스러기들마저 액체와 빵의 접착을 통해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 사라졌으니 고된 설거지 일에 약간의 위로가 될지니. 우리 대자연에도 얼마나 축복인가. 염분이 섞인 대자연의 여러 조각들을 뜯어내 만들어 맘대로 즐기다 버린 이 쓰레기란 것이 얼마나 대자연에 부담인지. 그걸 인간이 직접 아주 분별력 있는 몸짓으로 쓱쓱 긁어다가 제 몸에 넣어 보다 대자연에 보다 유익한 분변으로 나오는 것이 참으로 바람직한 일 아니겠나. 심지어는 스카르페타를 행하는 자에게도 미덕이 넘쳐나니 먼저 위와 같은 엄청난 선을 행했다는 자부심이 충만할 것이고 또 실제적으로도 납작한 빵에 소스와 즐긴 음식의 축소판인 조각들을 음미하는 건 악장의 후반부를 훌륭하게 장식하는 멋진 풍류가 아니겠는가. 발우공양도 비슷하겠으나 무짠지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한식들을 씻어먹는 건 스카르페타보다는 훨씬 더 구도적인 자세가 필요하니 나는 스카르페타의 손을 엄숙하게 들어주리라.
요즘에는 술을 먹지 않고 있어 K가 말했다 나는 집게를 들고 고기를 화로 위에 올리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 구워주는 가게였지만 대화에 다른 사람이 끼는게 싫어서 내가 직접 굽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저는 요새 매일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그렇게 절제하시다가 오늘 시간내어 와 주시니 제가 감개무량하네요 그것도 버번은 처음이라시니 제가 챙겨온 보람이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래도 너 전보다는 편안해 보여 이렇게 머리가 긴 것도 차분해 보여 K가 말했다 내가보기에 그 말은 공치사 구두선 같아서 흘려들었다 네 편안함과 파멸은 한끗차이니까 뭐 누님 말씀도 틀린 것 아니네요 나는 고기를 따라주고 버번을 따라주었다 버번은 내가 사왔는데 콜키지가 무료인 가게라서 새삼 내가 대견스러웠다 요즘은 추운데 뛰는 거니 K가 말했다 아니요 저는 원래 아파트 헬스에서 트레드밀을 뛰고 있어요 사실 나는 이 말을 몇번이나 말해서 조금 불쾌했지만 이해한다 왜냐하면 나도 관심이 없는 같은 말을 몇번이나 다른사람에게 물어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L이 옆에서 말한다 오빠 그래도 오빠처럼 갓생을 사는 사람이 어딨어 나는 갓생이라는 말을 극히 혐오하고 L이 항상 남발하는 찬사에 진절머리가 나지만 L만큼 그렇게 순수하게 남발하는 사람이 없음을 안다 그래서 나는 잠자코 술이나 더 따라주었다 오빠 이제는 섞지 말고 온더락으로 마시게 해줘 L이 말했다 L은 사실 증류주를 좋아하지 탄산이라던지 이런 게 섞인 걸 싫어하는데 용케도 참았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온더락을 말아주었다 사실 A와 B와 C는 우리와 모두 친하지만 나는 아주 멍청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말했다 오빠 나는 오빠가 하는 말 뭔지 알 것 같아 이해해 L이 말했다 K는 술만 마셨다 나는 이곳을 증오해서 떠날 거라고 항상 말해왔었지 내가 말했다 너 그렇게 맨날 우리한테 선 긋지좀 마 K가 말했다 누님 T 아니셨습니까 L이 말한다 오빠 이 누나 극 F야 아 미안하네요 누님 사실 그리고 사실 저는 누님이 항상 저에게 욕했던 H와 굉장히 친한 사이입니다 내가 새디스틱한 의도로 말했다 어머 그건 나에게 좀 긁히는데 K가 말하고 버번을 모두 비우고 내가 잔을 따라주었다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누님 누님이 H와 철천지원수가 되기 전부터 H와 저는 친했거든요 오빠 오빠 나 갈비살 하나 더 시켜도 돼 응 우리 L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K가 말했다. 오, 세상에, 된장술밥 리뷰이벤트도 하자, 영수증이요.
모옌을 읽었다. 고량주를 마셨다. 오사무를 읽었다. 정종을 마셨다. 발자크를 읽었다. 와인을 마셨다. 위화를 읽었다. 빼갈을 마셨다. 포크너를 읽었다. 버번을 마셨다. 플로베르를 읽었다. 브랜디를 마셨다. 찰스 디킨스를 읽었다. 에일을 먹었다. 레이먼드 카버를 읽었다. 백포도주를 마셨다. 헤밍웨이를 읽었다. 트루먼 카포티를 읽었다. 진을 마셨다.모히또를 마셨다. 서머싯 몸을 읽었다. 야자술을 마셨다. 고골을 읽었다. 토를 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읽었다. 소주를 마셨다. 에드가 엘런 포를 읽었다. 럼을 마셨다. 성서를 읽었다. 포도주를 마셨다. 체호프를 일었다. 보드까를 마셨다. 마크 트웨인을 읽었다. 문샤인을 마셨다. 랭보를 읽다 말았다. 무라카미 류를 읽었다. 조너선 스위프트를 읽었다. 침만 삼켰다. 베르무트를 마셨다. 압생트를 조금 마셨다. 귄터 그라스를 읽었다. 맥주를 마셨다. 멜빌을 읽었다. 물만 마셨다.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금주했다. 나쓰메 소세키를 읽었다. 정종을 마셨다. 투르게네프를 읽었다. 샴페인을 마셨다. 조이스를 읽었다. 셰리주를 마셨다. 하루키를 읽었다. 맥주와 위스키와 블러디메리와 피냐 콜라다와 진 토닉과 브랜디를 마셨다. 희석식 소주는 절대 안 먹어. 오늘은 아마도 진저 에일에 섞은 싸구려 블렌디드 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