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소설) 심연, 보리스

by Josh

심연을 보면 심연도 나를 보고, 계속 보다보면 나도 심연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애써 심연을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심연을 보고 앉아 있는 게 나의 일이다. 나는 외딴 등대에서 심연을 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심연을 보는 일을 하며 심연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른 이야기들을 읽고 그곳으로 이동해 심연의 어둔 분진을 털어낸다. 그러나 심연을 보는 일을 하면서 심연도 나를 보고 나도 심연이 되어버린다. 심연은 좁디좁은 유빙 위 물개를 유빙과 함께 타코처럼 바삭하게 씹어넘기기 전 범고래가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동자 그자체일지도 모른다.


보리스는 항상 일어나는 오전 8시경 만족스럽게 일어나 마찬가지로 만족스럽게 놓여진 옆자리의 보드카와 절인 오이를 먹었다.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의 전용 변기를 새벽녘에 몰래 사용하다가 톱밥 섞인 빵 때문인지 변기가 막혔고 그의 기상 전에 이를 해결할 여유조차 없이 새벽 노동에 동원되어 이탄을 뭉치다가 지금까지 나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는 마찬가지로 보드카와 절인 오이를 먹은 다음 차례로서 안온한 그의 수세식 변기를 향해 갔다. 그리고 나는 그의 루틴이 훼손되어 나오는 무음의 불유쾌한 파동을 화장실 문가에서 느꼈다. 아마도 나는 오늘 죽어서 굴랴그의 보일러용 소각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리스는 10초도 안되어 능숙하게 변기를 뚫었다. 그렇게 훼손된 루틴은 10초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절인 돼지비계를 많이 먹은 날 변기를 뚫곤 하였으므로 그에게 변기를 뚫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를 그날로 소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나를 불러 경위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작고 차가운 눈을 두세번 정도 굴리고 짧은 한숨을 쥐색깔 콧수염 아래로 내보내고는, 나를 소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너의 죽은 물고기 눈이 마음에 들거든, 하고 그는 말했다. 죽은 물고기 눈의 주인이 죽어버리면 죽은 물고기 눈도 죽으니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변기가 다시 톱밥으로 막히게 되면 참을 수 없는 일이야, 그는 말했다. 그래도 나는 죽은 물고기 눈이 참으로 마음에 들거든, 나는 게으른 놈이야, 그럼에도 화장실 열쇠를 사용하게 되는 수고 정도는 할 수 있게할 정도로. 그러니 나가봐. 너의 죽은 물고기 눈이 너를 살렸어. 그러니 너의 눈이 산 물고기 눈이 된다면 그때가서 소각시켜도 늦지 않겠지. 여기의 겨울은 기니까. 그리고 나는 돌아가 일과를 시작하고 톱밥 섞인 빵을 먹고 눈에 대해서 생각하며 몸서리쳤다. 그래도 눈은 죽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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