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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Oct 10. 2023

첫사랑에게 걸어갔다. Andante

프롤로그

 

 2012 8 31, 정유성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정유성 학교 왜 안 와? 전화도 안 받아.”

 엎드려 자는 이지형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지형이 고개를 들어 날 물끄러미 보며 어이가 없다는듯 헛웃었다.


 “유성이가 얘기 안 했냐?”


 오후에 복도를 걷는데 옆으로 정유성이 나타났다.


 “야,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  


 정유성이 말하고 뒤돌아 가버렸다. 난 종례가 끝날 때까지 하루종일 내가 뭘 잘못했는지 미친듯이 고민했다.


 종례 후 5반 앞문 앞에 서서 장미를 기다릴 때였다. 5반에서 이원우가 뛰어나와 내 뒤 누군가에게 폴짝 다가가 소리쳤다.


 “야, 정유성 여친!”
 

가슴에 큰 바윗덩이가 내려앉는 소리가 쿵 하고 귓전에 들렸다. 고개를 빠르게 돌려 뒤를 봤다. 이원우가 급식실에서 소희와 어깨동무하고 지나간 여자애에게 말하고 있었다.  


 난 다시 고개를 돌린채 손가락도 꼼짝 않고 서있었다. 이원우도 그 여자애도 날 보지 못한 장미도 사라지고 교실들이 텅 비어도 고개를 숙인채 가만히 서있었다. 복도가 공허하고 고요해져도 그대로 서있었다.


 다음날 아침, 등교하자마자 앞쪽에 있는 정유성 자리를 봤다. 친구들과 웃으며 놀고 있었다. 자리에 앉는데 미나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친구와 우리 반으로 뛰어들어왔다.


 “은오야, 정유성 이지수랑 바람나서 너랑 헤어졌다며?”


 웃었다. 미나는 이어서 조잘댔다.


 “저 새끼 원래 그래. 쟤 헤어질 때마다 그렇게 바람 나서 헤어졌다니까. 아마 이번에도 그럴 거다.”


 “왜, 그래도 이지수는 첫사랑이래잖아.”


 미나 친구의 말에 가슴이 쿡 찔렸다. 난 책상 밑 손을 꼼지락거렸다. 둘은 내 뒤에서 한참 속닥거리며 웃었다. 마음을 잡아 끄집어내서 정유성이란 흔적을 수돗물로 싹싹 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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