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숙의의학 소설-

by 강용원


사회적 약자가 정신장애에 더 많이 걸린다는 통계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유한 계층 사람들 가운데 정신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는 공존한다. 당연히 각기 다른 이유와 같은 근거도 공존한다. 먹고살기 힘들어 정신이 피폐해지는 증상과 돈이 너무 많아 영혼이 파리해지는 증상은 물질에 휘말린 상태라는 본질 하나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먹고살기 바쁜데 우울증 걸릴 새가 어디 있어? 뭐가 부족해서 우울증이야? 다시없는 개소리다.


ㅈㅎ는 유서 깊은 부자 동네 고급 아파트에 산다. 심지어 장래가 촉망되는 법조인. 단정하고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아니 “뭐가 부족해서” 우울증일까? 툭 치면 바로 울음을 터뜨릴 듯 위태로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ㅈㅎ는 자신이 누리는 부가 자신에게, 자기 삶에 무엇인지 생각해본 일이 없다. 처음부터 있었고 늘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터이기에 마치 자기 몸처럼 자각 없이 누리고 부려왔다; 무심코 자기 인격과 정신을 이루는 불가결한 일부라고 여겨왔다.


어느 날 ㅈㅎ는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그 낙원 밖으로 나갈 일과 맞닥뜨리게 된다.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본가로 오기는 하지만, 낯선 지방 도시 외곽에서 장기간 홀로 불편한 자취 생활을 해야 했다. 이 갑작스러운 분리는 정신적으로 그에게 날카로운 금을 내어버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 파고가 높아졌다. 불안이 덮치면 자기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사는 의미도 재미도 사라져갔다. 쓸쓸함과 외로움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족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으레 그 전형적인 “뭐가 부족해서” 식 반응을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자 어머니는 ‘대한민국 최고 병원’으로 그를 데려갔다. 정신과전문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몇 가지 물어보더니 약을 처방해주고 2주일 뒤에 오라고 했다. 그는 하릴없이 돌아서 나왔다. 약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 수소문 끝에 반신반의하면서 숙의치료한다는 한의사를 찾아갔다.


ㅈㅎ는 매우 초조해했다. 하루빨리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도 없었다. 가족력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 특별한 요법을 쓸 수도 없으므로 ㅂㅇ는 그에게 이치를 설명하고 반복적인 숙의만이 길이라고 말했다. 이 터널을 잘 통과하면 전혀 새로운 삶이 열린다고 현백했다. 그는 세 번째 약속한 날 오지 않았다. 두 번이 반복 임계점이라고 여길 정도로 그는 똑똑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현(共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