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보조 이야기 218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팡이실이 숙의 서사 41   

       

가족 효과   

  

한 아이는 부모에게 생래적으로 소속되어 그 영향 아래 자라납니다. 그 부모는 그 부모의 부모에게 생래적으로 소속되어 그 영향 아래 자라났습니다. 그 연계 통시적 맥락이 역사이며 공시적 지평이 사회입니다. 자신이 소속된 구체적 역사 사회를 벗어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간 질병도 구체적 역사 사회 한가운데서 발생하고 치료 또한 그렇습니다. 폐쇄 공간에서 무균상태로 치료하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아이는 '세균투성이'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하니 말입니다.  

    

틱장애가 1년 이상 치료되지 않는 경우, 뚜렛증후군이라 부릅니다. 평범하지만 예민한 아이 하나가 뚜렛증후군 상태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부모는 틱장애를 정신장애로 보지 않는 견해를 고수했습니다. 치료가 되지 않은 채 자꾸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숙의 치유라는 접근법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이와 숙의 치유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저와 함께 있을 때는 전혀 틱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틱 증상은 학교, 특히 집에서 현저했습니다. 틱은 사람, 특히 불안을 유발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일어나거나 증폭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 부모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여느 가정이 보여주는 바와 기본적으로는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다른 점이 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연속적이고 느긋한 자세를 견지했지만, 질긴 불안에 침윤되어 있었습니다. 본인도 가족도 이 불안 문제를 제대로 자각하지는 못한 듯했습니다. 아버지는 선하고 온유한 인상이지만 그 배후에 강박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본인도 가족도 모두 알지만 어쩌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이 가족이 빚어내는 화목함과 즐거움은 묘한 어긋남과 마찰음을 껴안은 상태였습니다. 예민한 아이라면 누구라도 거기서 오는 불편함을 몸으로 드러낼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관찰한 바를 부모에게 전달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자신이 일으키는 증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었습니다. 다음에는, 그 동작이나 소리가 어떻게 자기 정서 상태와 연관되는지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움직임이 시작되면 싫어하지도 외면하지도 말고 반갑게 맞아주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아이는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문제는 그때그때 실천하는 일이었습니다.    

 

실천은 그다지 잘되지 않았습니다. 저와 만나 형성하는 상호에너지장과 부모와 만나 형성하는 상호에너지장이 현격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틱을 유발하는 에너지가 강했기 때문에 아이가 견뎌내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한 주간 내내 부모 에너지장 영향 아래 있다가 단 두 시간 제 에너지장 영향을 받는 일이므로 치유 실천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이 아이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인간 모든 행동과 말은 흉내에서 시작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흉내는 젖먹이 아기가 내는 엄마 흉내입니다. 아기는 엄마 기쁨을 흉내 냅니다. 아기는 엄마 슬픔을 흉내 냅니다. 아기는 엄마 평화를 흉내 냅니다. 아기는 엄마 불안을 흉내 냅니다. 엄마가 우울하면 아기는 엄마 우울을 흉내 냅니다. 엄마가 불안하면 아기는 엄마 불안을 흉내 냅니다. 이렇게 엄마 모든 표정은 아기 모든 표정으로 옮아갑니다. 그야말로 감염입니다.     

 

아이 틱은 부모 불안을 몸으로 드러내는 감염반응입니다. 이 진실을 모르는 한, 아이는 틱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어느 날, 아이에게서 틱이 사라진다면 그날이 바로 본격적 자기 불안이 시작되는 날임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얽히면서 아이는 결국 숙의 치유를 중단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채로 말입니다. 몇 년 뒤, 아이 엄마가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올 것이 온 것입니다.   

   

아이 엄마는 끊임없이 자기 증상과 생각을 반복해서 일방적으로 얘기했습니다. 나를 설득해서 자기 해석에 맞추면 불안이 없어진다고 굳게 믿는 듯 말입니다. 진단과 처방에서 사소한 사항은 수용하여 실행했지만, 결정적 내용은 수용하고도 실행하지 않음으로써 교묘하게 거부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가 나를 정신적 진통제로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그에게 정신과 백색 의사를 찾아가라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화학합성약물 항불안제를 정신과적 진통제로 복용하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가 지금 증상 완화 상태를 치료로 여기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분명히 있는 다른 길이 그에게는 없습니다. 인연은 인과 너머 무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