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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용원 May 24. 2024

나나보조 이야기 242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숲이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주축이다9



도봉동문 유감   

   

도봉산 도봉천 계곡 이곳저곳 바위에는 글씨가 유난히 많다(각석군(刻石群)). 제법 오래전 송시열 글씨로 계곡 들머리 바위에 새겨 넣은 <도봉동문(道峯洞門)>을 눈여겨보았을 뿐 대부분 잠깐 보고 그냥 지나쳤다. 절집 포함해 숲에서 보이는 인간 자취·작위를 너무 싫어해 특별한 일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던 습성을 여기서도 따른 셈이었다. 그러다가 <복호동천(伏虎洞天)>이란 글씨에 눈길이 가닿았다. 문득 호기심이 생겨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 과정에서 도봉서원 역사 기록을 읽었다. 서인 노론 패거리가 도봉서원 중심으로 계곡 포함 그 일대를 장악하고 유세 떨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노론 패거리가 무엇인가?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에 부역하며 특권층을 형성해 오랫동안 국정을 쥐고 흔들었다. 그러다가 조선을 통째로 팔아 일제 부역으로 갈아타고 식민지 특권 귀족으로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허울뿐인 독립 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일제에 이어 USA 제국에 부역하며 사회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유세 떨며 준동하는 중이다. 이들 버러지 무리 뇌에는 일천오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사대 DNA가 탑재돼 있으며 몸에는 매판 독혈이 흐르고 있다. 이것들은 도저하게 직시하고 철저하게 성찰해야만 사라질 악귀다(知幻卽離). 직시와 성찰을 담은 정화 신목 버들을 모시고 나는 다시 도봉산을 찾았다.   


  

<도봉동문(道峯洞門)>을 새겨 넣은 바위 앞에 선다. 간절한 마음으로 도봉 숲, 그 나무와 풀과 버섯과 흙과 물과 바람에 기도 올린다. “부끄럽습니다. 고맙습니다. 듣습니다.” 노론 패거리 영혼 속으로 ‘천천히 깊숙이 들어간다(知幻).’ 정화 기운이 바위 밑 땅으로 스며들게 신목을 밀어드린다. 저들은 곧 사라진다(卽離)고 숲이 전해주는 ‘기쁜 소식’을 듣는다. 제의를 마치고 인사드린 뒤, 홀가분한 마음 따라 더 깊은 숲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작은 계곡 조그만 버섯들이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홀연히 또 길을 잘못 들고 만다. 처음 생각했던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한참이나 알아차리지 못한다.   

  

가파른 능선에 올라서서야 행로를 재점검하고 새로이 정해서 나아간다. 민틋하다 싶으면 바로 다음 순간 바위들이 우쭐우쭐 발길을 가로막는다. 그나마 쇠 난간이나 밧줄이라도 있을 때는 안심이 된다. 아주 엉뚱하고 위험했던 숲에서 나와 보니 서울 밖 낯선 동네다. 처음 보이는 음식점으로 그냥 쑥 들어간다. 칠십 줄 여인이 투박한 손으로 버무려 낸 묵무침 안주해 막걸리를 마시며 잠시 대화한다. 친일파 후손 변호사가 그 일대 땅·집주인이라는데 월세 받아먹으면서 돌보지는 않아 너저분하단다. 혼자 중얼거린 내 말은 예상대로 여인 귀를 스치고만 지나간다. “노론 패거리 하는 짓은 예나지나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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