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노인

-숙의의학 소설-

by 강용원


맥박은 가늘고 약했다. 게다가 심한 부정맥이었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간단한 음식물을 사 들고 와 치료 시작 직전에 내게 건넸다. 엄마 손에 이끌려온 10대 초반 ㅇㄴ 이야기다. ㅇㄴ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ㅇㄴ의 부모는 나이 차가 컸다. 아버지는 재혼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남매를 두고 있었다. 초혼인 어머니는 ㅇㄴ 하나를 낳았다. 다섯 가족은 그리 평화롭지 못했다. ㅇㄴ를 제외한 네 사람 모두에게는, 규모는 달랐지만 각자 견고한 성이 있었다. 그 성주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전투 때문에 왕국 공기는 늘 냉랭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공격적이고 즉흥적이었다. 아버지는 권모술수, 어머니는 단순 돌격 스타일이라는 점이 달랐다. 형은 냉담했다. 누나는 비교적 마음을 여는 편이지만 열쇠 쥔 위치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이중적 태도가 공통점이었다.


이런 특성들이 다양한 대립각을 그려내면서 기상천외한 전투를 벌였다. 그럴 때마다 자기 성을 지니지 못 한 ㅇㄴ는 성들 사이에서 동분서주했다. 누구 어떤 장단에 춤을 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지 못 한 채 떨었다.


ㅇㄴ가 현실적으로 택할 방법은 많지 않았다. 모두에게 우호적 태도를 견지하는 일만이 최선이었다. 어차피 왕국에 일관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때그때 적응하면 그만이었다. 뭔가 질문하면 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용돈을 모아 누구에겐가 무엇을 대접할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렇게 10년 남짓 살아오는 동안 ㅇㄴ의 몸도 마음도 모두 쇠약한 노인이 되어버렸다.


나는 아버지에게 ㅇㄴ를 위해 음모를 멈추라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ㅇㄴ를 위해 돌격을 멈추라고 말했다. 형에게 ㅇㄴ를 위해 조금만이라도 따뜻해지라고 말했다. 누나에게 ㅇㄴ를 위해 조금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말했다. ㅇㄴ에게 가해지는 총체적 수탈을 어떻게든 막아야 했으니 말이다.


파국은 의외로 이르게 찾아왔다. 치료 중 이 왕국 전쟁에서 자기 책임 소재를 명토 박는 순간이 오자 ㅇㄴ 어머니는 가차 없이 발길을 끊었다. 이내 모두 발길을 끊었다. 흔들리는 눈망울로 음료수병을 내밀던 ㅇㄴ 작은 손에는 지금 무엇이 들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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