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

-숙의의학 소설-

by 강용원


아이를 불안으로 몰아넣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 의 양육 태도가 서로 다르기만 하면 된다. 아이는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진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엄마가 이랬다저랬다 하면 된다. 아이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진다. 이 둘이 동맹하면 백전백승이다.


10대 중반인 ㄱㅎ가 어느 날 끌려오듯 ㅂㅇ에게 왔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찌푸린 얼굴을 한사코 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도끼눈을 뜨고 한숨을 쉬며 다리를 떨었다. 시종 툭툭거렸다.


ㄱㅎ는 학교 공부는 고사하고 아예 출석조차 하지 않아 퇴학 위기에 몰려 있었다. 사춘기 아이가 흔히 하는 반항 행위 전형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하는 짓이 아니었다. 홀로 먹고 홀로 돌아다녔다. 수시로 집을 나갔다. 가족 누구에게라도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자수성가형 부자다. 매우 이성적이며 공격적이었다. 대화보다는 지시에 능했다. 오만하지 않으나 자부심이 강했다. 어머니도 결혼 전에는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전문직업인이었다. 매우 감성적이며 포용적이었다. 직관과 순발력이 뛰어났으며 즉흥적이었다.


ㄱㅎ는 아버지에게는 강력한 단절 감정을 지녔다. 어머니에게는 맹목적 연속 감정을 지녔다. 후자는 복잡·미묘하다. 연속성에 신뢰가 결락되어 있어서 상황마다 ㄱㅎ는 대처를 달리해야 했다. ㄱㅎ의 불안은 점차 발작적 공황으로 터지는 확률을 높여갔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ㄱㅎ는 ㅂㅇ를 매개로 부모를 조종하려 끊임없이 시도했다. ㅂㅇ를 매개로 ㄱㅎ를 조종하려는 부모, 특히 어머니와 수 싸움을 벌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ㄱㅎ도 어머니도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병적 불안인지 깨달을 수 없었다. 불가피한 불가능이었다. 그 상황에서 ㅂㅇ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그러하였다. ㄱㅎ는 폐쇄병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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