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며칠 전에 우리가 양비론 얘기했잖아. 엄마가 “주인도 나쁘고 도둑도 나쁘다카마 도둑 핀드는 기다.” 그랬잖아, 기억나?
-그기 미칠이나 됐다고 기억이 안 나노. 내가 그캤지. 기억난다.
-근데, 엄마가 좋아하는 나훈아가 양비론을 펴서 욕먹고 있더라고.
-본래 좀 무식하고 맹한 사람들이 노래도 잘하고 끼가 있다. 다 똑똑한 거보다 한쪽으로 좀 맹한 것도 괜찮다. 대신에 함부로 떠들진 말아야지. 뭘 몰라서 떠들었을 낀데 그걸 뭘 욕할 끼 있노. 바보를 욕하는 기 바보지.
-아, 좀 맹~해야 예술도 잘하겠구나.
-너도 좀 맹~하만 문학상도 받고 그럴 낀데. 앞으로는 맹~하기 그래 살거라. 노력하면 안 되는 기 없다. 바보도 될라카만 금방 된다.
-엄마, 지금 아들 칭찬하는 거라, 욕하는 거라?
-자식한테 칭찬이 어데 있고 욕이 어데 있노. 좀 맹해야 신이 올라탄다.
-신이 올라탄다고? 무슨 말이야?
-끼.
-아, 끼가 신이구나.
-이짜저짜(이 방면 저 방면) 다 똑똑하고 그러마 머리가 복잡해서 신명이 못 들어온다. 똑똑한 바보라는 말이 있다. 바보는 바보인데 한쪽으로는 보통 사람을 넘는 그런 바보를 말하는 기다. 그런 바보가 돼야 신이 타서 일등 술사(?)가 된다. 너도 어지가이 좀 더 하만 바보가 될 낀데. 너 아바이가 하도 공부해라 공부해라 카민서 돈벌어야 된다고 해서 니가 공부를 해서 바보는 못 됐다. 그것다가 또 니가 형편이 어려웅께 공부도 다 못하고 바보도 다 못 되고 어중간하이 그래 사는 기 엄마는 한탄시럽다. 집에 돈이 많으마 니가 아주 바보 거치 그래 시나 쓰고 그림만 그리고 그러민서 널 풀어갈 낀데 말이다.
-엄마, 말이 좀 이상해, 나 무시하면서 욕하는 거 같아.
-엄마가 자식 욕 좀 하마 어떻노.
*
시인 김주대가 페이스북에 올린 모자간 대화 내용이다. 제도 교육을 받지 못한 구십 노모가 삶 한가운데서 길어 올린 촌철살인 지혜에 전방위 울림이 퍼져간다. 내가 꽂힌 말씀은 “맹해야 신이 올라탄다”다. 소박한 묘사인데 실로 날카로운 진실을 품고 있다. 신“끼” 또는 영성 충만한 종교나 예체능계 대박 난 인사 가운데 정치의식 올바른 사람 찾아보기가 어려운 이치를 간단명료하게 짚어 준다. 여기에 내 식 주해를 붙여본다.
“이짜저짜(이 방면 저 방면) 다 똑똑하고 그러마 머리가 복잡해서 신명이 못 들어온다.” 비대칭 대칭, 그 “복잡한” 세계 진리를 깨달아 실천하는 사람에게 더 필요한 “신명”은 없다. 신명이란 복잡성, 그러니까 모호성·불확실성·불확정성을 찢고 솟구치는 눈부신 매혹이다. 이 매혹은 세상을 부추기고 뒤흔들어 놀라운 판을 벌인다. 매혹이 강할수록 갈채와 명예와 돈이 들어온다. 매혹이 거두는 황홀한 열매는 일극과 편향이 가져다주는 매끈한 경이에서 맺어진다. 매끈한 경이는 울퉁불퉁한 일상 세계 중 아주 작은 공간이며 심히 짧은 시간이다. 여기에 몰입함으로써 커다란 나머지에 무지해지는 상태를 “맹하다”라고 하고, 그 찰나 솟구치는 특별한 매혹을 “신이 올라탄다”라고 한다. 신이 올라탄 맹한 대박“꾼”에게 열광하는 대중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은 자신이 겪어내야 할 참된 변혁 카이로스에서 저들은 결코 동지가 될 수 없다는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훈아나 임영웅 따위에 열광하는 대중이라면 그 진실과 마주할 수 없다, 다. 거꾸로 말해서 나훈아나 임영웅은 자기에게 열광하는 대중과 부합하는 정치 행위를 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저들을 비판하는 일도 계몽하는 일도 아니다; “이짜저짜(이 방면 저 방면) 다 똑똑”한 옹골찬 사람이 되어 “그따위” 신이 올라탈 일 없는 진짜 신, 팡이실이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