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의학 소설-
부모가 자식을 망치는 현실은 드라마에서 과장되게 보여주는 서사 이상으로 참혹하다. 온 정성을 다해 양육한다고 한 행동이 자식을 성격장애로 몰아넣는다. 손톱만큼 악의도 없이 선의에서 한 평범한 훈계가 자식을 우울장애로 쑤셔 박는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오늘을 사는 부모 그 누구도 이런 실패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복잡하게 얽히고 널브러진 삶과 정신 문제로 시달리는 청년 초기 여자 사람 ㅇㅅ, 그는 자신을 이런 상태에 가둔 장본인으로 부모, 특히 아버지를 지목했다.
아버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뜨르르한 엘리트다. 고급 엘리트답게 아버지는 ㅇㅅ에게 완벽한 양육을 시도했다. 장난감 하나를 사주어도 교육적 의미와 거기에 도달하는 알고리즘을 염두에 두었다. 청소년기에 외국 유학을 보내 세계시민 의식을 함양하도록 이끌었다. 전 지구적 celebrity를 꿈꾸도록 격려했다.
이 과정은 ㅇㅅ에게 과연 어땠을까? 그는 유학지에 도착하자마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조현병 진단까지 받았다. 의사들은 알 수도 없는 희한한 이름을 지닌, 수도 없는 온갖 약을 처방했다. 그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돌아와야 했다. 물론 아버지는 분노했다. 자기 정성과 기획이 낳은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아온 ㅇㅅ는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전보다 더 적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이런저런 의료기관을 전전했음은 물론이다. 그가 ㅂㅇ에게 보여준 진단명은 실로 놀라웠다. 조현병, 분열성성격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양극성장애, 강박장애, 편집장애, 우울장애, 자폐스펙트럼, 공황장애···제국과 식민지 정신의학이 그에게 한 짓은 대체 무엇인가? 수많은 약물 이름을 적어왔다. 병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약물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ㅇㅅ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은 사실이었다. 엄밀하게는 숙의랄 수 없는 시간이 허다히 흘러갔다. 그가 ㅂㅇ와 함께하는 시간을 한사코 붙잡고 있었으므로 가능한 만남이었다. 문제는 부모, 특히 아버지였다. 아버지 문제는 결국 돈 문제였다. 아버지는 치료에 그 정도 돈 들어간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숙의는 종료되었다.
그 뒤 ㅇㅅ가 어찌 살아가는지 ㅂㅇ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여전히 그렇게 자기 존재 허심을 감싼 채, 자기 경험 후순위에서 서성이며 살고 있으리라. 아무에게도 고의가 없었는데, 한 사람이, 살았으나 죽은 상태로 떠돌고 있다. 인간만이 그려내는 살풍경이다.